‘방제봉사’김장훈“지금은자기만족밖에안돼”

입력 2008-02-22 17: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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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영웅입니다. 파이팅. 잠 깨!" 바닷 내음이 배인 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느껴지는 충남 대천항. 오전9시30분께 낯선 버스 여러 대가 항구에 도착했다. 이어 버스 안에서는 가수 김장훈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버스에서 곤하게 잠을 자던 사람들은 버스 안 모니터에 나온 김장훈 동영상의 ‘호통’(?)에 일제히 잠을 깼다. 이들은 김장훈과 함께 태안 기름오염 현장의 방제 봉사를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300여명의 팬클럽 회원들. 봉사자들은 오전6시 서울 시청 앞과 잠실에서 각각 4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대천항에 도착했다. 김장훈과 봉사자들이 간 곳은 대천항에서 배로 1시간10분 거리에 있는 섬 호도(狐島). 60가구 200여명의 주민이 사는 호도는 이번 기름오염 때 생업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김장훈 일행은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호도에 도착한 뒤, 곧바로 방제복을 입고 해안으로 향했다. 서울을 출발한지 5시간30분만인 오전11시30분께 이들은 검은 기름으로 상처를 입은 해안과 마주했다. 노란 방제복을 입은 김장훈은 해안을 보고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는 감정이 격해진 목소리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끔찍하다. 황당하다“고 입을 열었다. 김장훈은 강한 어조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손에 든 부직포로 검게 물든 바위를 힘주어 닦았다. 김장훈이 동영상에서 ′영웅들′이라 불렀던 자원봉사자들도 피해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이들은 저마다 바위 하나씩에 매달려 기름을 벗겨내느라 땀을 흘렸다. 서울에서 온 대학생 이인혜(26) 씨는 "TV 뉴스를 통해 볼 때는 ‘이제 가서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는데 막상 오니 아직도 많은 손길이 필요한 걸 절감했다“며 ”너무 작업 시간이 짧아 오늘 밥값이나 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신청 방법이 잘 알려져야 할 것 같다‘며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씨 외에 다른 봉사자들도 피해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채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하지만 이들의 이러한 봉사 활동은 2시간여만에 중단해야 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특성 때문에 밀물이 들어오는 시간인 오후1시30분께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던 것. 김장훈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며 "인원과 돈이 필요하다. 이번엔 서울에서만 왔는데 전국에서 올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앞으로의 봉사 계획을 밝혔다. 그는 ”적어도 1박 2일은 머물면서 아침에도 일했으면 한다. 지금 이 정도의 봉사는 자기만족 밖에 안 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장훈은 이어 "(방제 작업이) 정리가 됐다는 말이 나왔는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며 ”복구는 될 때까지 해야 하는데 우리는 초반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다. 집안청소도 하다 쉬면 힘들 듯이 다시 하려면 더욱 힘들다"고 기름피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피해 현장의 모습에 답답해 하던 그도 이날 함께 했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칭찬에서는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봉사자 대신 ′큰 일꾼′이라고 했는데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너무 고맙다. 노란 방제옷 입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김장훈은 이날 봉사 활동에 이어 5월말께 1만 명의 ′영웅들′을 피해현장에서 봉사 페스티벌을 열겠다는 약속을 했다. "5월에 축제를 열고 그 분들과 여름 휴가철까지 열심히 방제작업을 해서 이곳 주민들이 다시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보령(충남)=스포츠동아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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