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래도왜색?…할리우드진출작‘스피드…’서한국알림이

입력 2008-04-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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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카와옷에한글이름선명/워쇼스키‘남매’감독에직접요청
‘왜색 시비는 그만. 할리우드 스크린에 한국 알림이로 나선다.’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가 미국 할리우드에서 ‘한국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예고편 등을 통해 영상이 조금씩 공개되고 있는 ‘스피드 레이서’에는 예상 외로 한국과 관련된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먼저 영화 속에서 비가 착용한 레이서복과 헬멧에 ‘태조 토고칸’이란 한글이 새겨진 영상이 공개돼 국내 팬들의 화제를 모았다. 이 밖에 비가 극중에서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도 ‘토고칸 모터스’라는 한글 이름이 선명하게 붙어 있다. 영상의 중간만 얼핏 본다면 한국에서 만든 영화라고 생각할 정도다. 비의 소속사에 따르면 이러한 영상들은 모두 비가 ‘스피드 레이서’ 연출을 맡은 워쇼스키 ‘남매’감독에게 요청해 이뤄진 것이다. 독일에서 진행된 ‘스피드 레이서’ 촬영에 비와 함께 했던 한 측근은 1일 “비는 촬영 과정에서 꾸준히 워쇼스키 ‘남매’에게 한글과 한국 문화를 소개했고, 이를 영화 속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워쇼스키 ‘남매’도 비가 소개해준 한국 문화와 한글에 관심을 보여 기획 당시 설정을 바꿔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당초 비가 ‘스피드 레이서’에 참가한다고 발표했을 때 일부에서는 ‘너무 일본색이 짙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영화 원작이 일본의 6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마하 고고’인 데다, 언론에 알려진 비의 극중 배역도 토조 태고칸이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비의 측근은 “영화 기획 당시 워쇼스키 ‘남매’는 비가 맡은 태조 토고칸은 국적이 분명하지 않은 아시아 선수로 설정했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태조 토고칸’이라는 한글이 선명하게 새겨진 의상에, 자동차를 타고, 회사 간판까지 부착하는 등 사실상 한국인 역할로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이 측근에 따르면 국내 팬들이 불만을 가졌던 태조 토고칸이란 극중 이름도 워쇼스키 ‘남매’가 나름대로 비를 배려해 직접 지은 한국형 이름이다. 영화 속에 한국 이미지를 담는 비의 노력은 뜻밖의 성과도 이끌어냈다. 개봉에 맞춰 전세계에서 판매될 ‘스피드 레이서’의 머천다이징 상품에도 한글이 등장하게 됐다.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완구회사 마텔사가 제작해 곧 판매를 시작하는 ‘스피드 레이서’의 모형 자동차에는 한글로 ‘토고칸 모터스’가 새겨져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완구업체 레고도 1일 ‘스피드 레이서’ 머천다이징 상품 4종을 전세계 동시 출시하면서, ‘토고칸 모터스’가 새겨진 자동차를 선보였다. 비의 한국 알리기는 영화 속에만 담긴 것이 아니다. 비는 촬영 내내 틈만 나면 에밀 허시, 크리스티나 리치, 매튜 폭스, 수잔 서랜든 등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소개했다.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주최하는 파티에서 비는 한국 음식을 소개해 찬사를 받았다.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는 노력은 차기작인 ‘닌자 어새신’(Ninja Assassin·가제)에서도 기대되고 있다. ‘닌자 어새신’은 ‘스피드 레이서’와 달리 원작이 있는 영화가 아닌 워쇼스키 ‘남매’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작품이다. ‘스피드 레이서’를 촬영하며 비에게 매력을 느껴 그를 주연으로 발탁한 워쇼스키 ‘남매’가 이번에도 비를 위해 영화에 한국적인 요소를 많이 삽입할 것으로 보인다. 비는 2월 가진 기자회견에서 “‘닌자’라고 해서 일본 무술이 아니라 동양무술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시나리오가 많이 수정될 것”이라고 변화를 예고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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