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투자전도사’이호숙“세금사각지대…그림속에돈있다”

입력 2008-04-1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술투자는 아무나 하나? 아트딜러 이호숙(36)씨는 소수 ‘있는’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술투자에 대해 ‘아무나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주장만 하다보니 입이 아파 최근에는 ‘미술투자 성공전략’이란 책도 썼다. 머리로만 분석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허다한 그림을 사고팔아 본 경험을 아낌없이 녹였다. 그래도 그렇지, 정말 미술투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걸까? “할 수 있죠. 누구나 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거예요. 미술투자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먼저 이론을 습득하는 거죠. 미술사, 미학을 공부하고 강의를 듣고 시작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인사동, 옥션 같은 곳에 가보면서 몸으로 익히는 겁니다.” 2005년은 국내 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해이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미술시장은 단군 이래 찾아보기 힘든 호황을 만끽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글로벌 시장의 추세였죠.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은 것이구요. 2005년 여름부터‘뭔가 새로운 투자처가 없을까’고민하던 젊은 벤처투자가들이 미술시장에 몰려들기 시작했어요. 저평가 되어 있는 미술시장을 보고는‘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나’하고 놀랐다죠 아마?” -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죠? “감상미술과 투자미술은 접근방법이 다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감상과 투자 퀄리티를 혼동하더라구요. 또 그림에 대해 얘기하는 게 굉장히 고차원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은 몇 년도 작품이고 화풍이 어떻고… 그런데 사실 그림 살 때는 그런 얘기 안 해요. 그리 어렵지 않은 기초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투자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주식, 펀드, 부동산과 다른 미술투자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가장 큰 매력은 시각적인 즐거움이죠. 집에 걸어놓고 감상을 할 수 있잖아요.(하긴 주식전표를 벽에 붙여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림을 사면 그림에 대해 알고 싶고, 그러다보면 작가가 궁금해지고, 화풍과 사조같은 것에도 관심이 생기고. 지적으로 향유를 할 수 있지요. 그림은 ‘나만의 것’이란 점이 매력적이에요. 음악은 나만의 모차르트, 나만의 바흐일수 없지만 피카소의 작품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 동안은 나만의 것이죠. 그 은밀한 즐거움은 아는 사람만 알아요.” 미술투자는 세금에도 유리하다. 양도소득세와 보유세가 없다. 상속세는 있긴 한데 기준이 모호하다. 한 마디로 세금면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주식은 최악의 경우 제로가 될 수 있지만 그림은 그렇지 않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가 또 온다. 그림을 사보면 값이 내려가도 주식처럼 ‘야단났다! 당장 팔아야지’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단다. 꽤 여유롭고, 안정적인 투자방법이다. - 초보자들은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합니까? “미술시장은 화가가 직접 그림을 판매하는 1차 시장, 갤러리의 2차 시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매라는 3차 시장이 있습니다. 우선은 정보를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정보들이 많이 열려있거든요. 옥션 사이트라든지, 투자자 모임, 온라인 동호회 등을 통해 오가는 얘기들을 많이 들어두세요. 초보적인 질문이라도 부끄러워말고 자꾸 하시구요. 경매장도 좋지만 저는 초보 투자자들에게 온라인경매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경매장에서는 초심자의 경우 패들을 드는 게 익숙하지 않거든요. 경매사의 주도나 분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구요. 온라인이라면 아무래도 마음에 여유가 있겠지요?” - 미술투자를 하려면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가요? “예전엔 300∼400만원 정도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2000∼3000만원으로도 좋은 작품 구하기가 힘들다고 해요. 하지만 잘 고르면 이 정도 가격으로도 괜찮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작품들이 아직 많아요. 컨템퍼러리 작품 같은 경우는 1000만원 이하로도 얼마든지 가능하구요. 중요한 것은 안목이죠. 좋은 그림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 - 안목이라고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좋은 그림을 많이 보는 수밖에 없어요. A급 그림을 되도록 많이 보는 겁니다. 제일 안 좋은 것은 가짜 그림만 보는 거예요. 가짜만 보면 결국 가짜만 사게 됩니다.” 모든 작가가 A급 작품만 그릴 수는 없다. 평생 열 점 정도만 그려도 대단한 일이다. 결국 같은 작가라도 수많은 B급과 C급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럴 때 A와 B, C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 이것이 안목이다. - 미술투자로 성공하려면요? “시세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A급을 사놓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게 최고죠. ‘10년은 간다’는 마음으로 벽에 걸어놓고 편하게 즐기세요. 성급하게 샀다 팔았다 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실패하는 사람들을 보면 작품을 펴보지도 않고, 포장지에 싸인 그대로 착착 쌓아놓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100여 명 정도가 오던 경매장도 요즘은 1000명을 가뿐히 넘길 만큼 열기가 뜨겁다. 젊은 컬렉터들이 많아지면서 시장도 바뀌고 있다. 고미술, 도자기, 한국화가 수그러들고 현대화, 컨템퍼러리 아트가 솟아오른다. 회전속도가 빨라졌고, 수익률도 크게 늘었다. 여기서 잠깐!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홍 모씨가 샀다더라’, ‘작가가 어디 전속이 된다더라’ 등등 미술시장에도 정보는 엄존한다. 하지만 주식과 마찬가지로 뜬소문이 대부분이다. 화상들이 작품을 팔기위해 일부러 퍼뜨리기도 한다. 이처럼 귀로만 그림을 사는 사람들은 ‘잘못된 그림’을 사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패다. 원칙은 하나. ‘싼 그림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2만 달러죠. 거품 얘기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2만 달러 수준에서는 아직도 그림가격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서두르지 말고, 작품과 연애를 한다는 기분으로 투자하세요. 누구나 처음부터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많이 듣고, 정확한 정보를 취하고, 스스로 분석하고, 안목을 바탕으로 투자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장 밖에선 안 됩니다. 시장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리고 단기간에 돈을 벌려는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즐기세요. 미술투자는 즐기는 투자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