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결산]한국영화는중요한손님

입력 2008-05-25 02: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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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1회 칸 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는 중요한 손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며 25일(이하 현지시간)막을 내린다. 올해 칸은 단 한 편의 한국영화도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편의 한국영화와 세 명의 감독 작품을 비경쟁부문에 초청했다. 특히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폐막 전날인 24일 갈라 스크리닝으로 상영되며 티에리 프로모 집행위원장과 심사위원장 숀 펜이 이례적으로 시사회에 참석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 과장되게 전해져왔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영화제를 찾은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은 “칸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과 위상이 높다. 2004년 ‘올드보이’ 이후 뛰어난 감독들이 영화를 이 곳에서 계속 선보이고 있다. 칸은 유럽만 주목하지 않는다. 한국을 아시아의 중심으로 생각하며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놈놈놈’이 경쟁부문에서 떨어져 비경쟁부문으로 초청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칸 국제영화제는 상업적인 색깔이 더 강한 영화는 비경쟁부문에서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밀양’으로 경쟁부문, 올해 ‘놈놈놈’을 통해 비경쟁 초청작 주인공으로 칸을 찾은 송강호는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놈놈놈’은 처음부터 경쟁부문을 생각한 영화가 아니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대형 영화와 함께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특히 갈라 스크리닝에 상영돼 의미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제 초반 관심을 받은 ‘추격자’ 역시 마켓에서 9개국에 수출됐고 나홍진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다.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서 소개된 이 영화는 높은 완성도와 함께 나 감독이 제 2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될 수 있는 뛰어난 신인이라고 호평받았다.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가 어려울 때일수록 더 많은 작품이 소개돼야 한다. 칸은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영화제인 한편 가장 규모가 큰 필름마켓을 운영한다. 칸 국제영화제가 한국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작품 교류와 수출면에서 모두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영화제는 자존심과 상업적인 색깔을 완벽하게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칸은 매년 상업적인 경향이 강해졌다고 비판받아왔다. 2006년에 ‘다빈치 코드’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그 비판은 절정에 달했다. 올해 역시 칸은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22편의 경쟁부문 초청작 중 그 어느 영화도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이상 매스컴과 일반 관객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쿵푸팬더’도 경쟁부문 상영작에 버금가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영리하게도 상업성과 영화제의 본분을 균형감각으로 지켜내며 61번 째 축제를 마쳤다.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같은 블록버스터를 전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대로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운 금전으로 계산하기 힘든 막대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그리고 상업영화의 가벼움도 칸에서 상영되며 면죄부를 받았다. 그와 동시에 칸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투쟁, 진실, 폭력 등 다양한 현실세계의 문제를 필름에 담은 빼어난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며 매체 중 하나로서 영화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켰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의 ‘체’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열정을 4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으로 표현했다. 미화도 없고 감동도 덜어내며 최대한 건조하게 그려진 영화는 모든 평가와 감흥을 관객의 몫으로 돌린 새로운 작품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인질링’은 안젤리나 졸리를 칸 레드카펫 위에 서게 하며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에 맞선 가냘픈 여인의 투쟁을 그렸다. 다르덴 형제의 ‘로르나의 침묵’은 생존을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하는 빈곤한 여성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면을 투영했다. 칸(프랑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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