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독수리’처럼빨리치는‘타법’

입력 2008-05-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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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여 년도 더 된 일일 겁니다. 건넌방에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는데 이삿짐에 컴퓨터가 있었습니다. 처음 그걸 봤을 때는 ‘값이 꽤 나갔겠구나. 나 같은 사람과는 상관이 없는 상당히 유식한 물건이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요즘 사람들은 다 컴퓨터를 한다고 하니 저도 슬슬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를 보면 칠십 노인이 인터넷을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는다는 얘기도 들리고, 농부가 인터넷을 통해 농산물을 판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왠지 컴퓨터를 모르니 문맹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저희 집에 컴퓨터가 있긴 했습니다. 시동생이 중고를 하나 주었는데 아들 녀석이 오락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더니 1년 만에 고장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 때는 속으로 ‘참 잘됐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 아들이 대학생이 되고, 군에 입대하도록 저희 집에 컴퓨터를 들여놓지 못 하자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군에 다녀와서, 제대하자마자 바로 컴퓨터를 사자고 남편을 바짝 졸랐습니다. 그렇게 갖게 된 컴퓨터! ‘나도 드디어 컴퓨터를 할 수 있게 됐군’ 가슴이 요동쳤습니다. 아들에게 컴퓨터 끄고 켜는 것을 배우고, 키보드 치는 게 익숙해야 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매일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자리 익히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화센터에서 가르쳐주는 컴퓨터 1개월 코스에 등록을 하게 됐고, 저는 열댓 명 수강생 중 최고령자로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이 ‘할머니가 여기 와서 뭘 배우려고 하나’ 신기하게 쳐다볼 것 같았지만, 칠십 노인도 한다는데 그게 대수일까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컴퓨터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해 못할 용어와 서툰 마우스 놀림으로 진땀을 꽤 많이 뺐습니다. 마우스를 원하는 위치에 갖다 놓기 위해 책상 전체를 휘휘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마우스 선이 짧은 걸 탓했고, 두 번 빨리 클릭 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몇 번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한 아주머니가 “컴퓨터 창을 모두 닫으세요”란 말을 잘못 알아듣고, 교실 창문을 모두 닫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던데 그래도 저는 그보다는 더 잘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에 한글로 시 한 편을 치는 시간이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제게 “독수리 타법이시네요” 하고 지나가셨습니다. 독수리처럼 빠르게 친다는 소린 줄 알고 아들 앞에서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빨리 친다는 소리가 아니라, 두 손가락으로 자판 두드리는 걸 부르는 말인 걸 알고 얼굴이 빨개졌답니다. 그래도 저는 요즘 컴퓨터 배우는 일이 너무 너무 재미있습니다. 집에 와서 복습도 하고, 아들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연도 적을 수 있고, 앞으로는 이메일 보내는 것도 연습해 보려고 합니다. 컴맹 탈출 하는 그 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경기 의정부|이미령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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