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불만제로’는 소비자의 불만을 속시원히 해결해주고 때로는 따끔하게 ‘응징’을 가하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다. 소비자를 속이는 현장에 거침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해결책까지 이끌어낸다.
2006년 9월 방송을 시작해 꾸준히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온 ‘불만제로’가 29일부터 목요일 밤 11시 5분에 시청자를 찾아간다. 기존에 방송하던 오후 6시 50분에서 이른바 프라임 시간대로 전격 이동하고 같은 시간대 인기 프로그램인 KBS 2TV ‘해피 투게더’와 맞붙는다. 두 프로그램은 교양 대 예능으로 장르가 다르지만 MBC는 경쟁력면에서 ‘해볼 만한 싸움’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불만제로’의 강점은 단순한 고발에 그치지 않고 해결책까지 끌어낸다는 점이다. 사후 관리가 분명한 것도 ‘불만제로’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방송한 ‘돈 먹는 보일러’ 편이 대표적이다. 당시 실제 상표까지 거론하며 보일러의 부실 부품을 고발한 ‘불만제로’는 결국 해당 회사의 리콜 조치를 받아냈다.
세제를 제대로 닦지 않은 고기불판과 강원도 대포항에서 벌어지는 조작저울에 관한 고발도 최근 이슈를 모은 내용이다. 조작저울의 경우 속초시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이에 해당 지자체가 나서서 사과할 만큼 파급력이 컸다. 이어 제작진은 식용이 불가능한 육류로 만든 불량 햄버거의 유통과정을 다뤄 파장을 일으켰다.
‘불만제로’의 임채유 책임프로듀서는 “한 번 고발한 내용은 그대로 지나치지 않고 다시 찾아가 문제가 해결됐는지 후속 아이템을 마련해 다룬다”며 “소비자와 시청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어떻게 시정됐는지를 더 궁금해 한다”고 설명했다.
‘불만제로’는 2명의 PD와 작가 2명이 한 팀을 이뤄 총 5개 팀이 돌아가며 아이템을 취재한다. 20여 명에 이르는 제작진이 팀별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고발 현장을 찾는다.
제작진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불량상품이나 업체를 노출하며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로 인해 숱한 고소, 고발에 시달리기도 한다. 임 CP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출석하거나 업체로부터 고소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진행 중인 재판도 2∼3건이라고 밝혔다.
현장을 뛰는 PD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크다. 한 PD는 “최근 후속 취재를 위해 한 업체를 찾았다가 물세례를 받고 쫓겨났다”며 “문제를 일으킨 업체나 업주가 제작진을 좋게 볼 리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방송을 시작할 당시 5∼6에 머물던 시청률은 방송 1년을 넘기면서 훌쩍 뛰어올라 22일 방송에서는 전국 시청률 9.1(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했다. 전국방송이 아닌 데다 오후 6시 50분대 방송 프로그램으로서는 높은 수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