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4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창력을 다시 듣는데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플라워’ 고유진이 적지 않은 공백을 마무리하고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거침없는 활동으로 지쳤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데 2년여의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고 했다. 고유진은 지난 해 12월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컴백 시기를 늦추면서 스스로 ‘음악에 대한 조바심’을 키웠다. 그렇기 위해 무려 2개월 동안 타이틀곡을 녹음하는 신중함도 가졌다. 덕분에 다시 무대에서 선 그에게는 ‘열정’이라는 배터리가 가득 충전이 됐다. ‘equi-vocal Flower’는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고유진 3집이다. 전에 비해 훨신 ‘영’(Young)해진 외모로 그는 과거 자신의 노래에 배어있던 무거움을 덜어내고 경쾌한 음악으로 변모했다.
-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 2년 만이다.
“일신상에 변화가 많았다. 소속사를 새로 정하는데 1년이 걸렸고 앨범 준비도 꼬박 1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열정과 ‘무대에 서고 싶은 조바심’으로 나를 꼭꼭 채웠다.”
- 2년의 시간이 필요했나.
“난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한번도 편하게 쉰 적이 없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앨범을 내야 했고 콘서트도 매년 했다. 그런데 남들에게는 플라워 고유진이라는 가수가 그렇게 바쁘게 활동하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런 시선을 접하면서 이 때문에 열정이 조금 식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타이틀곡이 ‘하이파이브’다. 왠지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 같다.
“맞다. 하지만 나뿐 아니라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이파이브’를 보내는 거다. 외람되지만 쇠고기 파동을 보면서 우리나라 걱정이 많이 된다. 생각을 바꾸고 미래를 좋게 바꾸기 위해 열심히 뛰자는 느낌으로 불렀다.”
- 미니 앨범이 대세인 요즘, 정규 앨범으로 새 음반을 낸 것도 눈에 띈다.
“CD 시장이 사장됐다고 하지만 가수에게 정규 앨범은 ‘세상에 남기는 흔적’이다. 조용필, 인순이 선배 등이 그렇게 해왔고 나 역시 그 뒤를 따라갈 거다. 또 정규든 싱글이든 난 꾸준히 앨범을 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대중적인 음악으로 돌아섰다는 느낌도 강하다.
“밴드든, 솔로가수이든 대중성과 음악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음악하는 이의 사명이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대중이 좋아하지 않으면 그들만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난 들어서 기분 좋고, 위로 받고, 행복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을 뿐이다.”
- 예전에 비해 한결 편안해진 듯한데.
“편안해지려고 노력했다는 게 맞을 거다. 나 스스로 음악을 하면서 마음을 닫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제 마음가짐을 바꿨고 무거운 발라드보다는 변화에 맞는 음악을 추구했다.”
- 외모도 심하게 어려졌다. 재킷 사진은 정일우를 닮았다. 비결이 뭔가.
“(웃음)다행이다. 이번 콘셉트다. 정일우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미남은 아닌데 외모에 잠재력이 있는 것 같다.”
- 오해를 많이 받지 않나. 실제 고유진은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다.
“나에 대한 평가는 ‘무서울 것 같다’ ‘재미있을 것 같다’ 딱 두 가지로 나뉜다. 예전에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쇼 프로그램에 나가서 개인기를 선보였더니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소문났다. 난 스스로 마음을 열면 편안한 사람이 된다.”
- 친한 연예인도 많을 것 같은데.
“거의 없었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도 거의 안 했고 연예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다. 또 내가 술을 잘 못 먹는 편이다. 요즘 술을 좀 배웠는데. 술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색안경 끼고 연예인을 봤는데 요즘에는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 잘 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 장난도 짓궂게 칠 것 같다.
“안타깝게도 모진 장난을 치는 성격은 못 된다. 요즘 버라이어티 쇼를 보니까 상대방에게 모질게 굴던데 살짝 걱정된다. 버라이어티는 타이밍이 관건인데 난 생각이 너무 많아서 치고 나갈 부분을 놓친다.(웃음)”
- 평소에는 뭐하나.
“주위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저 친구 음악 안 했으면 어디에 써’라고 말한다. 영화나 운동, 여행을 좋아하는데 게을러서 그런지 여가 생활을 잘 못 누리게 된다. 생각이 많아서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가 안 되는 것 같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뭔가.
“일부러 콘서트 안 하고 몸은 근질근질하게 만들었다. 일단 앨범 활동을 열심히 하고 8월 초에는 꼭 콘서트를 할 거다. 나는 무대 위에 있어야 살아있음을 느낀다.”
고유진은
플라워의 멤버이자 솔로 가수인 고유진입니다. 76년 용띠 남자입니다. 99년 그룹 플라워의 멤버로 데뷔했고, 군대에 갔다온 뒤 2004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겉보기와 다르게 소심한 성격에 낯가림도 심하지만 한 번 마음 준 사람들에게는 친근하고 편안한 남자입니다. 게으른 성격 탓에 집 밖에 잘 안 나가는 편인데 최근 야구에 취미를 붙이면서 달라졌습니다. 야밤 생활이 기본인 저이지만 야구하는 날만은 아침에 눈이 딱 떠지는 걸 보니 좋아하긴 좋아하나 봅니다. 운동을 하면서 살도 빠지고 건강도 챙기고 사람도 사귀고 참 좋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알게 된 삶의 기쁨을 노래에 담았습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