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즈음,문득뒤를돌아보니서럽다?

입력 2008-07-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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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이…’펴낸정신과의사김혜남씨
서른의 이효리는 여전히 섹시미를 과시하고, 서른의 이소연은 한국 최초로 우주를 다녀왔다. 서른,‘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서른을 경계로 사람들이 겪는 고민들을 다룬 책이 화제다. 2008년의 ‘서른 즈음’세대는 취업난과 고용불안으로‘젊음을 다 소진해 버리고 아무런 준비 없이’어른을 맞이했다. 이들에게 엄마처럼, 언니처럼 따뜻하게 조언을 건네는 책이 바로‘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갤리온)이다. 드라마, 소설 등 대중문화 소재를 활용한 이야깃거리도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 올해 2월 출간돼 벌써 15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심리서적이다. “왜 쿨함에 목숨 거는가”, “이상형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겪는 오류”, “인생을 숙제처럼 사는 사람들” 등 35개 주제로 현대인들이 매사 우울해하는 원인을 밝힌다. 서른을 독자타깃으로 정했지만, 특정 연령 대에 한정되지 않고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김혜남’ 정신과 전문의는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어른으로 산다는 것’, ‘왜 나만 우울한 걸까’등의 전작으로 고정 독자 팬을 확보한 바 있다. 저자 자신도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가 베스트셀러가 될 줄은 예상도 못했다고 한다. 그저 예전 책을 꾸준히 읽던 독자들만 사볼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처음 책을 낼 때도 영화 논문을 써 들고 출판사 문을 두드리다가, 심리서적을 써보라고 해서 시작한 집필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통해 정신과 문턱이 높지 않다고 알려준 것에 만족한다. 이상한 사람이 상담을 받는 게 아니라, 누구나 평범하게 정신적 아픔을 해결하려고 정신과에 들를 수 있다. 책을 읽고 지방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양재동 정신과 의원에 찾아오거나, 미국에서도 직접 방문하는 독자들이 있다. 독자들의 이메일은 워낙 양이 많아 일일이 답장은 못한다. 특히 개인적 고민들은 “자기 내부 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라서…”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 속의 사례들은 그가 지어낸 것이다. 상담 사례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환자들이 봐도 자기 얘기가 아닌 것처럼 저자가 경험한 것을 각색하면서 썼다. 독자들 중에는 책을 읽고 “그래서 어쩌라고?”하며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 ‘연인에게 부모의 역할을 강요하지 말라’ 등 그의 책 조언들에는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다. 사례와 모범답안만이 있을 뿐이다. 김혜남 전문의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사람은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같이 손잡고 가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만 같이 가주는 게 의사의 역할이다. 남의 아픈 곳을 치유해주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본인 자신도 힘들 때가 많다. 이유 없이 의사를 미워하는 상담자들이 있다. “선생님은 차갑기만 하고, 나는 이렇게 괴로워하는데 대답도 안 해주고…” 하면서 화를 낸다. 이 때 의사가 감정에 휘말리면 안 된다. “당신이 괴로울 때 당신에게 반응을 안 했던 누군가가 떠오르나 보다”라고 답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과거에 아프게 느꼈던 감정을 남에게 전가해서 반복한다. 김혜남 전문의는 “정신분석이란 과거를 한바퀴 돌아서 다 이해하고 나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밖으로는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직업이지만, 그도 집안에서는 아들, 딸에게 소리도 지르고 화를 내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였다. “심리학자 피아제는 자신의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아동발달이론’을 만들어냈는데, 애들은 정신분열에 걸렸다. 애들은 관찰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변인숙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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