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가문을빛낸장한우리아들

입력 2008-07-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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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학원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백일장 대회가 있다는 겁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을 내보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남자라서 그런지 이 아이가 글쓰기를 너무 너무 싫어합니다. 일단 경험이 필요하다 싶어서 과자와 음료수를 챙겨주며 놀다 오라고 아들을 설득했습니다. 백일장에 다녀와서는 아이가 가방만 휙 집어 던지고 어떻게 됐는지 얘기를 안 했습니다. 백일장 때 들고 갔던 연습장을 넘겨보며 내용을 봤습니다. 아무래도 주제가 ‘일기장’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거기엔 낙서하듯이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로 쓰면 ‘글씨 바르게 쓰세요’라고 적혀있지만 난 무시하고 그냥 쓴다. 어떨 땐 엄마가 예쁜 글씨로 쓰라고 해서 그렇게 써서 검사 받으면 ‘내용이 참 좋아요’라고 적혀있다. 또 어떨 땐 ‘글씨에 노력 하세요’라고도 써 주신다. 내 마음대로 쓰고 싶은데 자꾸만 바르게 쓰라고만 하신다.” 지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며칠 후 우리 아들이 글쎄, 장원이라는 반가운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 받아본 상이라 장원이 몇 등쯤 되는 건지 물어봤더니 1등이라고 그랬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7월 4일 교육청에서 시상식이 있어서 갔습니다. 무척이나 기쁜 마음에 시어머니도 모시고 심지어 회사에 있는 신랑도 몇 시간 외출을 받게 해서 같이 갔습니다. 설레는 기분을 진정시키며 꽃다발을 사 들고, 시상식장에 들어갔습니다. 일찍 간 탓에 자리도 많아서 앉고 싶은데 골라 앉을 수가 있었습니다. 시상식이 있기 전까지 제가 왜 그리도 떨렸는지 모릅니다. 달달 떨면서 우리 아들을 봤더니, 이 녀석도 긴장되고 부끄러웠나 봅니다. 얼굴을 못 들고 바닥만 보고 있었습니다. 시상식이 시작된 뒤 아들에게 꽃다발도 안겨주고 저희는 트로피까지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트로피를 안고 집에 오면서 기특한 우리 아들 얼굴을 자꾸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장원이랑 상장이란 트로피만 받고, 상금 받은 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요즘 여기 저기 한 턱 씩 내고 다니느라 엄청 바쁩니다. 요새 주위에서 저를 부러워해주니까, 돈도 안 아깝고 기분도 참 좋았습니다. 올 가을엔 더 큰 대회가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도 솔직히 욕심이 납니다. 다음에 더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장한 우리아들, 정말 훌륭한 가문의 영광을 만들었습니다. 경남 창원 | 이미영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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