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상대다량팩스보내…일언론“지겹다지겨워”
노이즈에 불과한 유명인의 사적인 문제가 미디어를 달굴 때가 있다.
가수 야스하의 ‘금발 돼지’발언 소동도 주목 받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과와 남의 갈등을 짓궂게 재미있어하는 시선이 결합돼 이상 열기를 드러낸 이슈였다. 최근 일본의 연예계 뉴스 중 가장 크게 다뤄진 이 사건은 명문 라쿠고(일본의 전통 1인 만담극) 가문의 딸인 가수 야스하가 개인 블로그에 전 남편을 향해 ‘금발 돼지’라는 표현을 사용 한 데서 시작됐다.
야스하의 전 남편은 코하라는 유명한 라쿠고가로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이혼했다. 이혼 당시 동반 기자 회견까지 열어 발전적인 결별임을 웃으면서 알린 이들이라 야스하의 뜬금없는 욕설은 파문을 자아냈다.
이후 사건은 언론을 향한 팩스 공반전으로 이어졌다.
야스하는 10월 26일 팩스를 보내 당일 예정된 공연 참석을 취소한다고 밝힌 뒤 “전 남편이 내가 더 입을 열면 제소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투쟁하겠다”며 멋대로 ‘전쟁’까지 선포했다.
이에 대해 코하라는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는 팩스를 언론사에 발송했다.
이틀 뒤 야스하는 두번째 팩스를 날려 “남편으로부터 수백통의 협박 메일이 왔다”고 공개. 협박을 받았다가 아니라 했다를 알리는 이상한 고백에 언론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보도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여기에 수필가인 야스하의 모친까지 딸의 소동에 사과하는 팩스를 보내 깨진 부부의 진흙땅 싸움은 또 하나의 뉴스거리를 얻었다.
결국 영문 모를 이 소동은 지난 29일 야스하가 기자회견을 여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야스하는 자신이 프로듀싱한 부친의 무대에 출연 예정이었던 전 남편이 하차한 것에 화가 나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면서 전 남편을 향해 막말에 대한 사과와 라쿠고가로서 앞날을 기원하는 발언을 던졌다. 그리고 ‘종전’역시 멋대로 알렸다.
이번 소동을 보는 이를 가장 불편하게 만든 대목은 기자회견 장면. 플래시 세례가 눈이 부시도록 쏟아지는 가운데 북 치고 장구 치는 원맨쇼의 주인공 야스하는 불안한 태도와 앞뒤가 맞지 않은 말로 위태로운 심리 상태를 드러냈다. 기승전결이 없이 끝난 이 소동에 대해 일본 방송의 한 해설자는 “주변에서 야스하의 마음 속 외침을 보듬어줘야 할 것 같다”는 짐짓 다정한 코멘트로 결론을 내는 데 애를 썼다.
팩스 한 장이 날라들 때마다 관련자들의 반응을 살피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뛴 언론이나 그 시시콜콜한 중계에 노출된 일반인이나 요지경의 인간사에 씁쓸하고 허무한 뒷맛만 다시고 말았다.
도쿄 | 조재원
스포츠전문지 연예기자로 활동하다
일본 대중문화에 빠져 일본 유학에 나섰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일본인들을 대중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