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았다’는 속담은 아마 이럴 때 쓰는 것이 맞을 것이다. 5일 오후부터 6일 낮까지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기 그룹 빅뱅의 멤버 탑(본명 최승현)의 ‘자살시도설’은 소속사 주장이 맞다면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 하지만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애매한 태도와 뒤늦은 대처는 의혹을 키우고 루머를 확산시켰다.
탑은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에 입원한 것은 5일 오후. 연예인 자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탑이 우울증 치료제를 다량 복용, 자살을 기도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의 입원 사유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탑이 입원한 지 거의 만 하루가 지난 6일 오후 1시 30분께 병원 측은 ‘수면 부족과 만성피로로 인한 탈진’이라고 진단결과를 밝혔다. 그 발표가 맞다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상황인데, 숱한 괴소문으로 팬들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하루가 다 되도록 늑장을 부렸다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그뿐이 아니다. YG측의 빅뱅 관계자들은 각 매체들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분주하던 5일 오후 일제히 연락이 안됐다. 나중에 이런저런 이유를 밝혔지만, 평소 신속한 연락을 생명으로 여기는 매니저들이 일제히 연락 두절된 부분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후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담당자마다 말이 달라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YG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과 함께 대표적인 대형 음반기획사 중 하나. 그런 회사가 소속 가수가 ‘탈진과 수면부족으로 인한 입원했다’는 단순한 사안에 대해 6일 오후 4시에서야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YG 측은 “어이없는 루머에 대응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연예인 자살’에 대해 예민한 요즘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탑은 21세 건장한 청년이지만 아플 수 있고, 아프면 병원에 갈 수도 있다. 괴소문이 돌아도 발 빠르게 대처했다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을 결국 찜찜한 뒷맛이 잔뜩 남기고 말았다.
홍재현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