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착각‘현실속열연’…한배우의‘배꼽잡는눈물’

입력 2008-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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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개봉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생방송 라디오 드라마가 엉뚱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타니 코키는 이 영화를 통해 인기 극작가에서 유명 감독이 됐다. 지극히 연극적인 영화였던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가 세상에 선보인지 8년, 미타니 코키 감독은 그동안 ‘모두의 집’, ‘더 유쵸텐 호텔’등 흥행작을 선보이며 영화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영화의 아름다움을 ‘매직아워’에 가득 담았다. 제목 매직아워는 야외촬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상을 담을 수 있다는 시간, 해가 사라지고 어둠이 내리기 전까지 짧은 순간을 뜻한다. 하지만 영화는 정 반대로 시작한다. 빙고(츠마부키 사토시)는 보스의 여인 마리(후카츠 애리)와 밀애를 즐기다 발각된다.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는 단 한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전설적인 킬러 데라 토카시를 3일 안에 데려와야 한다. 초조해진 빙고는 어차피 아무도 데라 토카시를 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손뼉을 치며 만년 단역 배우 무라타(사토 고이치)를 찾아간다. 빙고는 모든 영화촬영은 카메라를 숨기고 애드리브로 진행한다고 속여 그를 킬러 역에 캐스팅한다. 그리고 진짜 야쿠자 보스에게 데려간다. 그의 얕은 속임수가 들어나는 순간 무라타는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야쿠자들을 카리스마로 매료시킨다. 보스는 “당신의 담대함과 위트에 반했다”며 함께 일할 것을 제의한다. 모든 것이 영화촬영인줄 아는 무라타는 생애 처음 맡은 주인공 역할에 점점 빠지며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무라타가 야쿠자 행동대원을 상대 배우로 착각해 진짜 킬러처럼 보이는 연기방법을 가르쳐주는 장면, 장난감 총을 들고 용감하게 상대와 맞서는 모습은 배꼽을 쥐게 한다. 하지만 진짜 현실에 배우로 뛰어든 주인공의 모습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맞물려 가는 스토리는 한 치의 빈틈도 없다. 또한 연기 인생 모두를 쏟은 영화가 가짜였고 그 필름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눈물을 쏟는 무라타를 통해 연기의 의미가 어떤 건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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