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여보꽃피는봄이오면다시와요

입력 2008-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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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걸스카우트 단합대회로 찾아갔던 ‘홍룡폭포’가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 원효산에 있는 폭포인데, 그 때는 선생님과 함께 시외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바로 그 똑같은 장소를 저희 남편하고 같이 찾아가게 됐습니다. 어떻게 변했을까? 폭포는 예전모습 그대로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세월이 세월인지라 주변이 많이 변하긴 했습니다. 예전에 층계 논이던 곳은 평지로 바뀌었고, 중간 중간 주차장도 넓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오솔길로 예전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던 그 길도 자동차가 한대쯤 다닐 수 있게, 넓게 길을 만들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자 ‘홍룡사’라는 절이 보였고, 그 뒤에 폭포가 있었습니다. 여고시절 친구와 둘이서 스카우트 단복 입고, 폭포를 향해 두 팔을 쭉 올려 찍었던 사진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옛날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손으로 받아서 먹어보기도 했는데, 요즘은 오염 때문인지 아예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놓았습니다. 그게 좀 아쉽긴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홍룡폭포를 보고, 그 뒤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산을 좀 더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등산로 길을 찾을 땐 가시덤불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등산객들이 빨간 띠를 묶어, 길 표시를 해놨기 때문에 금방 등산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꿩이 한 마리 날아올라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느 덧 시간은 점심시간으로 향하고, 저희는 점심 먹을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제 남편이 제가 잘 따라오는지, 못 오는지 확인도 안 하고, 혼자서 너무 빨리 올라갔습니다. 순간 살짝 얄미워서 제가 장난을 좀 쳤습니다. 남편 모르게, 어떤 큰 나무 뒤에 숨었는데, 안 들키려고 최대한 배를 쏙 집어넣고 나무 뒤에 서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뒤, 남편이 절 찾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혼자 중얼중얼 거리면서 막 뛰어 내려갔는데, 제가 서 있는 것도 못 보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제가 막 웃으면서 남편을 불렀더니, 그제야 돌아보고 “어디 갔었노∼ 한참 찾았다!” 이러면서 씩씩거리는데, 뒤에서 보면서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점심은 어떤 평평한 바윗돌 위에서 먹었는데, 간식 삼아 챙겨온 가래떡이랑 증편 먹고, 귤도 까먹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그곳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나무가 많아 그런지 공기가 깨끗하게 느껴졌습니다. 심호흡을 하니까 맑고 깨끗한 공기가 가슴 깊이 들어오는 느낌이 났습니다. 저는 남편한테 “나중에 꽃피면 우리 다시 오자. 봄에 진달래 필 때 오면 진짜 예쁠 것 같아” 하니까 남편도 거기가 맘에 들었는지 순순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 날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등산객들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조용하고 깨끗한 산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하고 다녀왔던 즐거운 여행! 그 여행 덕에 기분전환도 되고, 활기도 되찾고, 참 좋았습니다. 나중에 남편하고 약속한 대로 내년 봄쯤 꼭 다시 한번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울산 남구 | 유숙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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