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누구였더라?…아!선생님”

입력 2008-12-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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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두 아들과 함께 꽃집에 갔습니다. 겨울인데도 예쁜 꽃들이 너무 많은 겁니다. ‘어떤 꽃을 집에 사다 놓을까?’ 신나서 꽃구경하고 있는데, 꽃집 계산대 앞에 어느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 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그런데 얼굴을 직접 뵙고 보니, 어딘가 낯이 익었습니다. ‘누구지? 누구였더라’라며 한참 생각하다가, 불현듯 생각났습니다. 바로 제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 얼굴이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어머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누군지 몰라서 “어. 그래” 하면서 머뭇머뭇 하셨습니다. 표정을 보니 머릿속으로 수많은 제자 얼굴을 떠올리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저 우전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어요. 선생님께서 저희 반 담임선생님이셨고요” 하니까, 그 때도 선생님은 절 기억하지 못하셨습니다. 그래도 제자라는 소리에 “아, 그랬구나. 아이고. 얌전하게 잘 컸네. 시집가서 애기도 났구나” 하면서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가슴속에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면서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눈물이 나오는 거였습니다. 제가 당황해서 “어머 선생님. 왜 눈물이 나오죠. 저 선생님한테 특별히 혼난 것도 없고, 공부도 잘 못 했는데. 어머 왜 이러지” 하면서 눈물을 닦으니까 “아유, 하도 오랜만이라 그렇지. 너무 반가워서 그런 거야” 하시면서 휴지를 꺼내주셨습니다. 그 후로도 저는 선생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안부를 물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에 명함 한 장을 주시며 정읍 올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정읍에서 교장선생님을 하고 계셨습니다. 옛날에도 참 멋진 분이셨는데, 지금도 역시나 참 당당하고 멋있어 보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시려다가, 갑자기 저희 아이들을 부르시더니 용돈을 챙겨주셨습니다. 제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얼른 주고 나가셔서, 저는 선생님 나가시는 뒷모습을 보며 “선생님∼ 건강하세요∼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뵈요∼” 하고 인사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손을 흔드시며 건물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셨고, 저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선생님 사라지신 그 자리를 바라봤습니다. 학교 다닐 땐, 오히려 선생님이 날 알아보실까봐 일부러 피해 다니고, 길에서 마주치면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잠깐 뵙는 것만으로도 깊은 인상이 남게 됩니다. 제가 학교 다니면서 특별히 공부를 잘했거나, 인기가 많았다면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기억하셨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좀 아쉬운 마음으로 남았습니다.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거리낌 없이 제 손을 꼭 잡아주셨던 선생님! 다음에 또 뵙게 되면, 그 때는 차라도 한 잔 따뜻하게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전북 전주| 이미연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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