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실명 위기, 사고사한 딸의 각막을 이식받은 고아의 입양, 알고보니 그 사고의 원인이었던 입양아, 재벌 2세와의 결혼, 겹사돈 위기, 시집살이, 죽은 줄 알았던 친모의 등장, 백혈병에 시한부까지….
이 모든 통속 코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KBS 1TV 저녁 일일극 ‘너는 내 운명’이다.
공식 게시판에는 “어머니들을 작가로 만드는 드라마”, “이것이 진정한 전파낭비”,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는 줄거리”, “빨리 종영하라” 등의 시청자 성토가 빗발치고 있지만 시청률 40%, 주간 시청률 1위의 굳건한 수치 속에 2회 연장됐고, 종영을 2주 앞두고 있다.
게시판의 상당수 시청자는 “입양아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자 했던 초기 기획의도는 어디로 가고, 입양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로 전락했다”며 “끝없이 펼쳐지는 억지 전개와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KBS의 효자 드라마인 이 일일극은 27일 방송한 자사 시청자 비평 프로그램 KBS 1TV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서 전문가들로부터 2008 최악의 프로그램에 꼽히는 불명예를 떠안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은 어떨까. ‘너는 내 운명’의 김형일 CP는 “통속성은 일일극의 숙명”이라며 “장르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을 이해해 달라”고 제작진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미움도, 애정도, 생로병사도 있는 것”이라며 “평범한 연속극에 극적인 장치는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꼽힌 KBS 2TV ‘엄마가 뿔났다’와 비교했을 때, 같은 가족극 장르에도 세간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묻자 “작가적 색깔 차이”라고 설명했다.
‘엄마가 뿔났다’의 제작에도 참여했던 김 CP는 “요리에 양념을 안 치고 간을 맞추는 방식도 있고, 향신료를 많이 쓰는 방식도 있지 않겠느냐”고 비유하면서 “작가의 색깔이 다르듯이 시청자들이 보는 시각과 평가도 다르고, 엇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세밀하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다. 스토리 변화가 개연성 있게 설명됐으면 하는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며 논란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게시판에는 이미 드라마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추측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백혈병에 걸린 시어머니의 골수와 여주인공 새벽(윤아 분)의 골수가 맞아 며느리 덕에 살아난 시어머니가 극적인 화해를 청한다는 1안과 불치병에 걸린 새벽이의 친모가 시어머니의 골수와 맞아 모든 것을 다 주고 떠나며 모두가 화해로 끝을 맺는다는 2안이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7개월 동안 같은 시간, 같은 채널을 지켜온 시청자들은 마지막 만큼은 ‘뻔한 결말’로 끝맺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