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잘먹을게요”한마디에힘불끈

입력 2008-12-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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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을 한지도 어느덧 2년이 됐습니다. 일을 하면서 즐거운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많았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에는 올 해도 참 잘 견뎠구나 싶습니다. 2008년을 잘 버틴 제 자신에게 새삼스럽게 대견함을 느꼈답니다. 저는 휴게소에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입사 초기엔 고객님들께 반찬을 담아주면서도 저도 모르게 손이 덜덜 떨려서 반찬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서너 사람만 앞에 서있어도 괜한 실수라도 할까봐 엄청 긴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숙달이 돼서 반찬도 금방 금방 담아드리고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긴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젠 새로 일하는 분들이 오셔서 허둥지둥 하시는 모습을 보면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올라서 더 차근차근 도와드리고 자세히 가르쳐 드리게 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아무래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까 고객님들과의 사이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 일이라는 게 대개 말 때문에 일어난답니다. 저는 보통 낮에 일을 하지만 특별히 야간에 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종종 밥을 가져가시는 분들이 “늦은 시간까지 고생하시네요∼ 잘 먹겠습니다”하고 제게 먼저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답니다. 그러면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서 더 필요하신 건 없는지 한 번 더 챙겨드리게 됩니다. 보통 때 저희가 웃는 얼굴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을 하면서 밥을 드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맙습니다’라던가 ‘잘 먹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해주십니다. 간혹 “맛있게 해줘야 맛있게 먹지!”하면서 밥을 가져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속상한 마음에 온 몸이 축 처지는 게 기분이 썩 좋지 않답니다.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좋게 말씀하시면서 더 달라고 하시면 더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분명 남기실 것 같아서 양을 조절해 드렸는데, 왜 이렇게 조금 주냐고 저를 속 좁은 사람으로 몰아가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럴 땐 차분한 목소리로 “손님. 드셔 보시고 부족하시면 다시 와 주시겠어요? 그 때 더 많이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씀을 드립니다. 화가 날수록 목소리를 더 차분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저도 집에 돌아가면 누군가의 어머니고, 누군가의 아내입니다. 다만 식당에서 배식 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인데, 마치 저를 하수 부리듯 함부로 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물론 그런 분들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런 분들을 마주하게 되면 그 날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하고 속이 상합니다. 우리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고 하잖아요? 그 말처럼, 다들 말 한 마디 하더라도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좋은 말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충남 서산 | 송옥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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