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과속스캔들’이 전국 관객 6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한때 잘 나가던 스타는 이젠 30대의 라디오 DJ로서 대중적 인기를 모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그 앞에 딸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인이 나타난다.
DJ는 여인의 끊임없는 ‘스토킹’에 시달리고 영화는 그 와중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리며 웃음을 전한다.
‘과속스캔들’의 기본적인 설정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가 바로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가 그려내는 그 분위기와 메시지는 전혀 다르며 영화는 매끈한 스릴러 영화로서 사랑받아왔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는 1971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하면서 감독으로 연출 데뷔한 작품이다.
캘리포니아의 작은 방송국에서 일하는 DJ 데이브는 한 여성으로부터 “Play Misty For Me”(‘미스티’를 틀어주세요)라는 요청을 계속 받는다.
어느 날 데이브는 친구의 바에서 에블린이라는 여자를 만난다. 하지만 이 만남은 데이브가 이후 겪는 악몽 같은 고통의 시작이었다. 에블린의 스토킹은 시간이 지나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데이브는 결국 에블린의 잔혹한 폭력에 시달리고야 만다.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는 ‘미저리’로 대표되는 스토커 드라마의 원조로 꼽힌다. 그 만큼 스토커와 스토킹의 무서움을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스릴러의 구조 속에서 누아르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영화는 이후 ‘미저리’로부터 ‘더 팬’과 ‘위험한 정사’ 등으로 이어지는 한 장르적 계보를 일궈낸 셈이다.
이전까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64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 시리즈인 ‘석양의 무법자’와 ‘황야의 무법자’ 등에서 드러낸 무표정한 총잡이의 이미지를 지녔다.
이후 돈 시겔 감독의 ‘더티 해리’ 시리즈의 냉혹한 형사 역을 통해 연기파 배우로서 더욱 강렬하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연출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를 통해 라디오 DJ 역을 연기하며 여러 가지 변신을 시도한 셈이 됐다.
돈 시겔 감독이 영화 속 데이브의 친구이자 바 주인으로 출연한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TIP
EBS ‘세계의 명화’ 16일(토) 밤 11:35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시카 월터
등급 19세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