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굼뜨고답답한아들…나닮아그렇대요

입력 2009-05-1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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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큰아들 때문에 속 터져 죽겠습니다. 얘가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데요, 좋게 말하면 과묵하고 신중한 성격이고, 그냥 얘기하면 느려터지고 굼뜨고 답답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아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누구랑 친하게 지내는지, 제 아들 얘기를 다른 엄마들한테 귀동냥으로 듣고 있어요. 거기다 외출 한번 하려면, 제가 얼마나 속이 터지나 모릅니다. 둘째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돌쟁이거든요.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 외출 전에 기저귀 가방도 챙기고, 물 티슈도 챙기고, 둘째 옷도 입히고, 제 옷도 입고, 혼자 땀 뻘뻘 흘려가며 외출 준비를 마쳤는데, 아들은 그 동안 양말 하나 달랑 신고 있는 겁니다. 제가 너무 너무 화가 나서 “너 그동안 뭐 했어? 밖에서 아빠 기다리시는데, 너 안 나갈 거야? 너 혼자 집에 있을 거야?” 하고 막 화를 냈는데, 얘가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만 푹 숙인 채 가만히 있는 겁니다. 이렇게 자기가 혼날 상황이 되면 더 입을 오므리고 대답을 안 합니다. “엄마가 묻잖아! 아까 뭐 하고 있었냐니까, 왜 대답을 안 해? 말하기 싫어?”그랬는데도 묵묵부답. “안 되겠다. 엄마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자꾸 화나게 하니까, 손바닥 대. 이건 대답 안 해서 맞는 거야. 몇 대 맞을 거야?” 하니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두 대요” 이러더군요. 결국 집에 있는 자로 손바닥을 두 대 때렸습니다. 저도 그러고 나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죠. 하지만 그 다음날, 아들이 학교 갈 준비하면서 또 꿈지럭 꿈지럭 제 속을 긁었습니다. 안 그래도 늦게 일어나서 더 빨리 움직여야하는데,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제 머리에 모락모락 김이 나더군요. 아이가 등교한 뒤 저는 그 길로 바로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한참 하소연을 했더니 엄마가 막 웃으시면서 딱 한마디 하시더군요. “얘! 니가 지금 누굴 탓하니. 너 어릴 땐 더 했어, 얘!!” 제가 억울해서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더니, 저도 어릴 때 꾸물거려서 어지간히 엄마 속을 태웠다는 거예요. 말을 안 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똑같이요. 아들 타박하려고 전화했다가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턴 아들한테 무조건 윽박지르지 않고 잘 꼬드겨야지 그렇게 생각했답니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저 어릴 때 생각해서라도 너무 윽박지르거나 화내진 않으려고요. 그나저나 제가 너무 아들 흉만 본 것 같네요. 그래도 저희 아들 책도 많이 읽고, 동생도 잘 챙기고, 마음씨도 아주 착한 아인데 말이죠. 어쨌든 이따 우리아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간식이라도 해먹이며 설득을 해봐야겠습니다. 경기도 고양시 | 김소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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