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아내한테다리얹지않으면잠이안와요

입력 2009-05-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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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혼 때부터 쭉∼ 아내한테 제 다리를 얹어놓고 잠을 잤습니다. 신혼 때는 제가 다리를 올려놓아도 아무 말 없던 아내가 언제부턴가 다리 좀 올려놓지 말라고 짜증을 부리더군요. 애정이 식은 게 아닐까? 섭섭했는데, 어느 날 제게 이러는 겁니다. 제 다리가 너무 무거워서, 허리를 아프게 누르고, 숨까지 막히게 한다고요. 거기다 신혼 초엔 홍두깨 같던 제 다리가 지금은 코끼리다리 만하다고 놀리기까지 했습니다. 전 그 말에 충격을 받고, 그 때부터 매일 운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절 제 몸무게가 102kg이었거든요. 저는 30kg만 빼보자 하고 실내자전거로 운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전거를 너무 과도하게 1시간 넘게 타다가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하필이면 베란다 쪽으로 쓰러져서 창문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지요. 그러자 아내가 그러더군요. 다리 얘기는 장난한 거니까 눈물겨운 운동을 그만하라고요.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타기 1시간, 팔굽혀펴기 130개, 틈틈이 집안 청소도 했습니다. 시장 가서 장 봐올 때도 걸어서 다녔고요, 헬스클럽에 가서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했습니다. 그랬더니 6개월 만에 85kg으로 감량이 된 겁니다. 가슴에도 근육이 잡혀서, 보통 근육질 남성들이 가슴 근육을 움직여서 움찔움찔 하는 거 있잖아요. 제 가슴도 그렇게 움직이는 겁니다. 제 아내가 참 신기해하더군요. 참 아쉬운 것 한 가지는,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도무지 제 다리살은 빠질 생각을 안 한다는 겁니다. 오히려 더 탄력이 붙어서 지금 통닭다리처럼 허벅지만 살이 튼실해져 있어요. 그 다리를 아내한테 얹으면 여전히 아내는 무겁다고 난리를 치지요. 그래도 저희 아내 이제는 저한테 그럽니다. 제가 다리를 올려놓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요. 제 다리에 중독이 됐다나요? 요즘은 잘 때, 자기가 먼저 제 다리를 얹어 놓고 잠을 잡니다. 덕분에 저도 편하게 잠을 잘∼ 잘 수 있지요. 그런데 얼마 전, 제 아내가 회사일 때문에 출장을 갔습니다. 처음엔 잔소리꾼 아내가 없으니 ‘그 동안 밀린 잠이나 보충해야겠다’그랬는데, 잠을 아무리 자도 중간에 꼭 깨거나 자꾸 뒤척이게 되는 겁니다. 제 속도 모르고 친구들은 부부금슬이 좋아서 제가 잠도 못 잔다고 그러지만, 실제를 알고 나면 우습다고 생각하겠지요. 아내한테 다리를 올려놓지 못 하면 잠을 못 자는 저. 그리고 제 다리 없으면 잠을 못 자는 우리 아내. 저희 부부 이상한 건가요? 제가 아내한테 다리 얹어 놓으려고 다이어트 한 얘길 하면 남들이 웃을 것 같아 그 얘기는 ‘행복한 아침’앞에만 털어놓았습니다. 저희 부부만의 특별한 습관. ‘행복한 아침’ 가족들만 알고 계세요. 경기도 안성시 | 안현민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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