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요양보호사 일에 관심을 갖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 찾아가 목욕도 시켜드리고, 가사 일도 도와드리고 하고 있습니다.
처음 실습을 나가던 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제가 배정된 곳으로 갔는데, 그 곳엔 다섯 분의 할머니들께서 계셨습니다.
그 중 두 분은 기저귀를 하고 계셨고, 한 분은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최근에 호전이 되셨고, 나머지 두 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분이셨습니다. 한눈에 봐도, 다섯 분 모두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분들 같더군요. 거기다 오랜 시간 자식들을 보지 못 해 그러신지 외로움과 쓸쓸함이 어딘지 모르게 묻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엔 어르신들께서 제 손도 안 잡으려고 하시더라고요.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도 있을 테고, 정을 줘 봐야 어차피 떠날 사람이니 냉담하게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날엔 제가 먼저 다가가 손도 잡고, 안아드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꼭 안아드렸더니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고마워요 고마워.” 그냥 그 얘기가 전부였는데도 가슴이 찡한 게, ‘아,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분들께 도움을 드려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손지희 어르신이라고, 제가 떠날 때까지 유난히 제 손을 꼭 잡고 안 놓아주셨던 분이 계신데, 사정을 들어보니 아들이 두 명인데 모두 집을 나가 소식을 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아마도 제가 며느리처럼, 딸처럼 그렇게 가깝게 느껴지신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르신들과 교감을 하며 드디어 마지막 날이 됐는데요, 어르신들 표정도 어둡고, 저도 떠나려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꼭 다시 찾아뵙겠다고요. 그랬더니 다들 그렇게 말 하고 오지 않는다며, 제 말을 믿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정말 며칠 동안 계속 어르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아른 거리는 겁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어르신들 계신 곳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그 어르신들 중 한분이 ‘향수’를 갖고 싶다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 향수 한 병하고 간식거리 약간하고, 그렇게 챙겨서 찾아뵀습니다.
그랬더니 약속을 지켰다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너무나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자식도 되어 보고, 부모도 되어 보니 ‘부모님들의 끝없는 사랑은 꼭 갚아드려야 하는 거다’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노인 복지정책이야 계속 발전되고 있지만, 저는 그 분들이 진정 원하시는 건 사랑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작은 사랑과 수고가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고요, 제가 가면 저를 꼭 안고 놓지 않는 분들. 당신들이 바로 우리 부모입니다.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부산 사상구|김춘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