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의 秋억…남해를 가르다

입력 2009-10-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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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가르며 요트를 타는 느낌은 환상적이다. 외국의 바닷가를 떠올리게 하는 남해에서 타는 요트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함께 더욱 근사하다. 사진제공 | 남해군 요트학교

경남 남해군 요트학교에 가다
바람따라 물살따라 요트에 실은 내 몸도 ‘너울너울’
안전한 세일링 요트 남녀노소 ‘4계절 레포츠’ 강추
요트는 많은 사람의 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요트를 타는 주인공의 모습은 ‘나도 언젠가는 요트를 타고 싶어’라는 갈망을 만든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요트를 타는 일이 생각처럼 비용이 많이 들거나 어렵지만은 않다. ‘요트=돈’이라는 공식은 크루즈 요트에서는 성립하지만 바람을 이용해 가는 세일링 요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4만원 정도만 내면 요트 체험을 할 수 있다. 요트를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대 5인까지 탑승 가능한 딩기 요트는 1650 만원이면 살 수 있고, 1·2인승 요트는 550 만원 정도면 구매 가능하다. 준중형차 보다 싸다.

호주나 영국에는 차는 없어도 요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경남 남해군 물건리에 위치한 남해군 요트학교(070-7755-5278)로 떠났다.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카타말란(동체가 두 개인 요트)을 한 차례 탄 적은 있지만 요트를 탄다는 기대에 마음은 여전히 설렌다. 수트와 구명 재킷을 챙겨 입으니 당장이라도 딩기 요트에 오르고 싶다. 하지만 성급함은 절대 금물. 이날 교육을 맡은 이세미 강사가 주의 사항을 들려준다.

“구명 조끼는 지퍼를 반드시 올려야 해요. 버클만 채우면 물에 빠졌을 때 위험할 수 있어요. 요트에 탑승할 때는 한 명씩 천천히 오르고, 일단 탑승하면 절대 일어나면 안돼요. 부득이 일어나야 할 때는 붐(돛의 받침대)보다 자세를 낮춰야 해요. 붐이 180도 돌아가 머리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배에서 사용하는 줄은 잡거나 밟으면 안 되고, 마지막으로 배가 기울어지면 당황하지 마세요.”

요트에 올랐다. 초속 4m의 바람이 메인 돛을 때리니 속도가 붙었다.

이세미 강사는 “원래 초보자가 탈 때는 초속 1∼2m 정도의 바람이 적당한데 오늘은 바람이 좀 센 편이다. 딩기 요트는 뒤집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온다. 요트가 어느새 왼편으로 기운다. 바람 때문이다. 몸을 요트 가운데로 옮겨 균형을 잡았다.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기운다. 다시 몸을 움직였다. 러더(운전할 때 방향을 조정하는 키)를 잡지 않고, 앞에 탄 사람은 내내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여야 요트가 전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물 위에서는 우아하지만 밑에서는 분주하게 다리를 움직이는 백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트에서 중요한 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자동차로 치면 요트는 본체, 세일(돛)은 엔진, 바람은 기름, 러더는 운전대다. ‘노 고 존(No go zone·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좌우 약 45도 수역 안에 배가 들어가 움직이지 않는 지역)을 제외하면 바람이 계속 기름 역할을 하고, 세일이 가동해 배는 항상 움직인다.

이 때문에 러더와 메인 시트(메인 세일을 조종하는 줄)를 움직일 줄 알아야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갈 수 있다.

“러더는 당기면 당긴 방향, 밀면 민 방향으로 움직여 방향을 조정해요. 메인 시트는 속도를 줄이고 배가 서도록 하기 위해 조절하는데 세일 시트를 풀어 세일이 배에서 멀어지게 하면 속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날 탄 딩기 요트는 영국 요트 회사 토퍼에서 만든 ‘토파즈 오메가’다. 자동차로 치면 토퍼는 현대자동차, 토파즈는 아반테, 오메가는 디럭스 등급으로 이해하면 된다. 토파즈는 피코와 함께 교육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요트다.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으로 제조해 충돌이 일어나도 파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4시간의 요트 체험이 끝날 때 까지 다행히 전복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내리면서 물으니 “아직까지 요트가 뒤집힌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하는 이세미 강사. 왠지 속은 느낌이다.

하지만 파도와 바람에 따라 딩기 요트가 언제든지 뒤집어 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이 경우 요트를 다시 원상태로 세우는 법도 미리 숙지해야 한다. 요트가 뒤집히면 선체 밑 부분에 있는 대거보드(요트가 물에서 나아가도록 만들어주는 장치)를 체중을 이용해 세게 누르면 된다.

당황하지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물에서 몸을 던져 대거보드를 누르다 복원된 배를 놓치는 경우, 절대 배를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 수영으로 금세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배는 다가갈수록 점점 멀어지기 때문에 강사들에게 SOS를 청하고 기다려야 한다.

지난 3월 문을 연 남해군 요트학교에는 영국왕립요트협회(RYA)의 과정을 한국 실정에 맞게 조정해 체험, 입문, 숙련 과정과 1급 지도자를 양성하는 스피네커/씨맨쉽까지 총 4개 과정, 10단계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교육을 진행한다.

그동안 600여명 정도의 관광객이 들러 요트를 체험했는데 호응이 좋다. 국내에도 요트에 관심 있고, 즐기려는 인구가 많다는 얘기다.

자주 찾는 사람 중에는 젊은 층도 있고, 환갑이 지난 노부부도 있다. 물건리에 사는 이 부부는 1주일에 2∼3번 찾을 정도로 요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김우창 운영팀장은 “세일링 요트는 4계절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환갑이 넘은 분들에게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영화 ‘사랑과 야망(원제 Wind)’에는 요트를 타는 사람의 로망으로 여겨지는 아메리칸컵 대회가 등장한다. 비록 짧은 시간 요트를 탔지만 마음은 어느새 아메리칸컵 대회에 참가한 듯 하다.

남해 |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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