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건의 피아노 ‘계절의 뒷모습’을 연주하다

입력 2009-11-03 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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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임인건.

‘계절의 뒷모습’. 공연의 부제가 야릇하다. 그러고 보니 어느 틈에 겨울이 문턱을 넘는다.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다. 그 뒷모습을 떠올리며 임인건을 듣는다. 그리고 되뇐다. 그래, 인생은 살 만한 거야.

임인건은 피아니스트이다. 그 중에서도 오래도록 재즈를 연주해 온 재즈 피아니스이다. 프로그램에 실린 그의 ‘사진빨’에 속지말자. 그의 젊고 싱싱한 음악적 감수성에도 속지말자.

그는 1987년 포크 뮤지션 조동진과의 연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1988년 재즈클럽 야누스에서 한국 재즈 1세대인 이판근, 김수열, 강대관, 이동기, 박성연 등과 협연하며 재즈 연주자의 길을 걸었다. 한국 재즈사 여명기의 막차를 탄 그는 우리 재즈계의 소중한, 그리고 농익은 귀물(貴物)이다.

재즈 임인건.


공연의 부제인 ‘계절의 뒷모습’은 기실 임인건의 3집 앨범인 ‘피아노가 된 나무’의 수록곡 제목이다. 가을의 쓸쓸함이 어깨 위로 내려앉는 듯한,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곡이다.

이번 공연에는 반가운 ‘덤’도 있다. 노래의 응집과 폭발력에 관한 한 국내 최고로 꼽히는 가수 BMK가 찬조출연을 한다.

BMK 음악의 뿌리가 재즈에 놓여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BMK는 대중가수로 데뷔하기 전 오랜 기간 임인건과 활동한 음악적 동료이자 후배이다. 재즈계에서는 본명 김현정이란 이름이 한결 익숙하게 소통된다.

BMK.


간만에 ‘친정 나들이’에 나선 BMK가 임인건의 피아노에 맞춰 들려줄 재즈보컬은 상상만 해도 귀가 떨린다.

재즈컬럼니스트 황덕호씨는 임인건의 ‘우리들의 여행’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이 피아니스트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긴 시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았던 한 탁월한 연주자를, 그의 진가를 게으른 우리는 지금 비로소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황씨를 미안하게 만들었던 ‘우리들의 여행’은 이번 공연에서 첫 곡으로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두 번째 여행’, ‘괜시리’, ‘벙어리 장갑’, ‘도시의 겨울’ 등이 연주된다. 베이스는 이순용, 색소폰 손성제, 드럼 이도헌이 함께 한다.

11월 6일(금) 8시|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문의 실버트레인 02-338-3513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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