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울리는 ‘비키니 스트레스’

입력 2009-1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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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에 비키니 수영복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여배우들이 벼락 다이어트로 고충을 겪고 있다. 드라마 ‘천사의 유혹’의 이소연(왼쪽)과 ‘아내가 돌아왔다’의 이채영. 스포츠동아DB

‘비키니 출연’ 시청률 조준 필수 장면…여배우들 연기력보다 몸매 스트레스
‘천사의…’ 이소연 한달 금식 4kg↓ ‘아내가…’ 이채영은 무려 8kg나 빼
남자들도 벅차다는 과격한 액션?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필요한 애정신? 아니면 눈물 펑펑 쏟으며 절규하는 장면?

모두 연기자로 남다른 체력과 연기력이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 안방극장의 여자 스타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연기는 따로 있다. 바로 비키니 수영복 신이다.

경쟁사 9시 메인 뉴스를 위협하며 인기를 끄는 SBS 드라마‘천사의 유혹’의 여주인공 이소연. 그녀는 10일 방송분에서 늘씬한 비키니 수영복 몸매를 과시했다. 극 중 상대역 배수빈을 유혹하기 위해 수영장에서 얼룩무늬 비키니를 입고 등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드라마에 불과 10초도 채 안되게 나온 이 장면을 위해 그녀는 무려 한 달 가까이 금식에 가까운 혹독한 식사 조절로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요새 드라마에는 여배우, 특히 여주인공들의 비키니 수영복 장면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몇 년 전부터 일부 작품들이 극 초반 주목도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논란을 무릅쓰고 과감히 선보이더니, 이제는 어지간한 드라마에는 꼭 등장하는 ‘필수 장면’(?)이 됐다.

보통 전체 드라마 분량에서 비키니 신이 등장하는 경우는 한 회 정도, 그것도 30초에서 길어야 1분 안팎이다. 하지만 장면의 선정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고 화제를 일으키는 데는 효과 만점이다. 실제로 이소연이 비키니로 등장한 날 ‘천사의 유혹’은 전날보다 시청률이 1.5%포인트(TNS미디어코리아 조사)나 상승했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신세대 스타부터 40대 미시 연기자까지 드라마의 수영복 신은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문제는 일종의 흥미 유발 볼거리로 등장하는 이 비키니 수영복 장면에 대한 여자 연기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이제 어지간한 여자 스타들은 드라마에 캐스팅되면 캐릭터 연구보다 비키니 수영복 신을 위한 몸매 관리부터 먼저 시작한다.

물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여자 연기자에게 날씬한 몸매는 기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비키니 수영복은 대중의 이미지를 생명처럼 여기는 그녀들에게 여간 부담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 않은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 드라마 방영 전 적어도 한 달 전부터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한다. 1분도 되지않는 장면을 위해 단기간에 과격하게 체중을 줄여야 하니 그녀들이 “공포의 다이어트”라고 울상을 지을 만 하다.

이소연은 비키니 수영복 신에 대해 “식욕을 참는 것은 정말 힘들다. 거의 굶다시피 다이어트를 해 4kg을 줄였다. 덕분에 얼굴 살이 쪽 빠질 정도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소연의 비키니 몸매 공개가 있은지 3일 후 이채영도 육감적인 비키니 수영복 장면을 공개했다. 이채영은 SBS 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에서 수영장 장면을 위해 하얀색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채영의 경우 전작인 KBS 2TV 사극 ‘천추태후’에서 터프한 여전사 역을 맡았던 탓에 감량의 폭이 더 컸다 무려 8kg.

소속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다이어트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서 소식했다”고 말했다. ‘아내가 돌아왔다’ 역시 ‘이채영 비키니 효과’에 힘입어 시청률 2.1%포인트 올랐다.

이렇게 시청률 상승효과와 주목을 높일 수 있으니 비키니 수영복신은 앞으로도 드라마에서 계속 접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완성도와 구성, 배우의 연기로 높여야할 시청률을 여배우의 수영복 장면에 의존하는 안방극장의 행태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주는 것도 분명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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