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땐 알아서 서행…그 놈 똑똑하네

쌍용 ‘체어맨 W’ 시승기
차간 거리 세팅땐 자동 가·감속…옆 차량, 차선 변경도 자동 인식
울퉁불퉁 노면선 차체 높이 조절

정통 스타일을 고수하는 신사의 아우라를 한껏 뿜어내는 체어맨W의 키를 건네받고 잠시 난감해졌다. 이 차는 뒷좌석에 타는 사람을 위한 완벽한 쇼퍼 드리븐(chauffeur－driven) 차량이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기 보다는 뒷좌석에 앉아 체어맨 W가 주는 감성 품질을 느껴보고 싶었다. 할 수 없이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서 운전 좀 해줄 수 없겠느냐고. 친구는 “신형 체어맨 W를 타볼 수 있다면 기꺼이 가서 운전을 해주겠다”고 했다. 거래는 끝났다.

시동을 걸어놓고 30분 정도 차 뒷좌석에 앉아 친구를 기다렸다.

밝지만 결코 눈이 부시지 않은 은은한 LED 조명. 시동을 걸었는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실내. 몸에 착 감겨오는 천연 가죽의 감촉. 키가 183cm인 기자의 두 다리가 쭉 펴지는 뒷좌석. 2010 년형은 50mm가 더 넓어졌다.

흠잡을 곳 없이 완성도 높은 실내 인테리어를 감상하다 장착된 전동 마사지 버튼을 누른 후, 체어맨 W가 자랑하는 하만카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7.1채널, 17개의 스피커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클래식 음악은 차 안을 그대로 콘서트홀로 바꿔놓는다.

음악을 들으며 마사지를 받고 있자니 차 뒷좌석이 이렇게 훌륭한 휴식 공간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때 친구가 도착했다. “김 기사, 인천공항으로 가지.”



친구는 뒷자리에 앉은 기자를 힐끗 보더니 군말 없이 강변북로로 차를 올렸다. 마시멜로로 만든 푹신한 도로 위를 질주하는 듯한 부드러운 가속감. 초대형 플레그쉽 세단 체어맨 W는 묵직하면서도 가볍고 부드러운, 이율배반적인 몸놀림을 구사하며 올림픽 대로로 올라섰다.

퇴근시간의 강변북로, 예상대로 시속 20∼30km의 정체구간이 이어졌다. 이 순간 가장 빛나는 기능은 체어맨 W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다.

차간 거리와 속도를 세팅해두면 체어맨 W는 스스로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앞차를 조용히 따라간다. 정체구간에서 가속과 감속페달을 밟느라 다리에 쥐가 나는 불상사는 체어맨 W를 타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2010년형 체어맨 W의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에는 보다 진화된 3세대 와이드 스캐닝 기술이 적용돼 시야각 56도까지의 전방 차량을 감지한다. 이는 옆 차선의 차량이 갑작스럽게 차선을 변경해도 차량이 이를 인식해 스스로 차간 거리와 속도를 제어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첨단 기능 덕분에 체어맨 W는 오너 드리븐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다. 운전석에 장착된 요추 마사지 기능으로 운전을 하며 마사지를 받던 친구 역시 이 의견에 동의했다.

인천공항으로 접어들면서 조금 속도를 높였지만 벤츠 7단 자동 변속기는 변속 충격 없이 부드럽게 차량을 가속시킨다.

노면이 조금 고르지 못한 지역을 지날 때도 스스로 차체의 높이를 제어하는 체어맨 W의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과 추가된 리바운드 코일 스프링이 뒷좌석 오너의 휴식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는다.

10년 전부터 적용돼 발전을 거듭해 온 후륜 구동 방식이 주는 차량의 안락함은 경쟁 차종 에쿠스가 쉽게 넘보기 힘든 밸런스를 자랑한다. 덕분에 렉서스, BMW, 벤츠의 대형세단에서 느꼈던 감성 품질과 승차감을 체어맨 W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듀얼 무릎에어백까지 적용된 10개의 에어백, 전자식 액티브 헤드레스트, 엔진출력과 각 바퀴의 제동력을 독립 제어하는 ESP, 상시 4륜 구동(4 TRONIC 모델)시스템 등 차량 통합 안전 시스템도 믿음직스럽다.

여타 편의 사양은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고 섬세하다. 어떤 대형 수입차와 비교해도 넘치면 넘쳤지 부족하거나 모자라는 것은 없다.

덕분에 성능에서 스타일까지 국내 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없다.

이 완벽한 대형 세단을 소유하기 위한 가격은 CW600 5215만원∼5615만원, CW700 6180만원∼7500만원, CW700 4TRONIC은 6675만원∼7700만원, V8 5000은 8860만원∼8910만원, 리무진은 CW700 8840만원, V8 5000은 1억290만원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