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수다] 30대를 눈앞에 둔 바다 “남몰래 연애 많이 했죠”

입력 2009-1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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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음악에 눈물 흘리는 내 자신 정말 좋아
30,31일 콘서트서 팬들과 영감 나눌 것
무대 위의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면 OK
‘막걸리 누보’를 앞에 두고 가수 바다는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그녀는 대신 안주로 나온 도미찜 한 점을 들며 자신의 헤어스타일에 관해서 말했다.

‘다이아몬드컷’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란다. 각기 다른 각에서 다이아몬드를 들여다볼 때 모습이 달라 보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젓가락이 술잔에 가볍게 닿자 잔 안에 잔잔한 파장이 일며 그녀의 말에 울림을 더했다.

바다는 요즘 집에서 전신거울을 들여다보며 노래를 부르곤 한다.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노래를 부른다는 그녀에게선 제법 여성미가 물씬 풍겼다.

바다는 “음악에 눈물을 흘리는 내 자신이 너무 좋다”면서 이제 곧 만나게 될 팬들 역시 자신이 느끼는 그런 영감을 갖게 되길 바란다는 말도 전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처럼 자신이 빛나기를 바람은 아닌 듯했다.

“관객들이야 어차피 내 화려한 모습을 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 ‘바다에게 영감을 주던 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노래를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으로 나서는 무대가 30, 31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펼치는 콘서트다. 바다는 이번 콘서트가 스스로 느낀 영감을 ‘사랑’의 이름으로 팬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라고 말했다.

“사랑의 아픔과 슬픔을 경험한 분들에게는 위로를 주고 커플인 분들에게는 축하를 보내는 무대다. 짝사랑을 하든, 아픔이 있든, 지금 사랑하든 모두의 마음을 ‘응급처치’하는 무대 말이다.”




○이제 곧 서른이다. 30대의 사랑은 어떨까.

“사실 지금까지 남몰래 연애 많이 해봤다.(웃음) 그래도 막 하지는 않았다. 과거에 머문 사랑은 모두 진실했다. 이젠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남들 눈에도)더 당당하고 편하게 만나고 싶다. 내 직업은 포기할 수 없고 난 무대에 계속 있어야 한다. 그런 날 지켜보며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이 곧 나타날 거라 믿고 있다.”


○나이 서른은 어떤가.

“행복하게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나이인 것 같다. 음악하기에 좋은 나이. 그런데 말이다. 데뷔한 지 12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서른 밖에 안됐다. 호호! 여자로서 서른은 음악을 내 안에서 더 하게 되는 나이인 것 같다. 예전엔 날 드러내려 음악을 했고 그건 용기나 시도였던 것 같다. 물론 열정이 있어 거짓되지 않았고 의미도 컸다. 이젠 날 가져가고 싶다.”


○가져가고 싶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냥 가수가 아니라 여가수이길 바란다는 말이다. 여가수라는 존재감이 더 중요할 거라는, 더 성숙한 의미가 아닐까. 이젠 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기도 하고.”


○흔히 당신을 ‘아이돌 1세대’라 부른다.

“난 순수 아이돌의 혈통을 지녔다. S.E.S 멤버 가운데 보컬 출신이어서인지 몰라도 보컬을 맡는 후배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보컬은 보컬로서 사명과 소명, 수명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 사명은 노래를 잘 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명은 주어진 자기 몫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고. 수명은 노력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간다는 거다. 어떤 분야든 스스로 연구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것 아닌가.”
“무대에 오른 날 지켜보며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만나고 싶다.” 30대를 눈앞에 둔 가수 바다는 머지않아 찾아올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가 윤여수 기자, 김원겸 기자(오른쪽 부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무대에 오른 날 지켜보며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만나고 싶다.” 30대를 눈앞에 둔 가수 바다는 머지않아 찾아올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가 윤여수 기자, 김원겸 기자(오른쪽 부터)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경기도 소래포구 인근에서 자라난 바다는 초등학교 시절, 집 근처 포도원에서 포도잼을 만들기 위해 자주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그 때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부르며 노래 연습을 했다. 휘트니 휴스턴도 그녀의 입에서 멜로디로 떠다녔다.

바다는 “그런 순수했던 마음을 되짚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다는 요즘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후배들이 치고 오른다고 느낀 때는 없나.

“어릴 때에는 되바라지거나 위축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지금 후배들에게 ‘까불지 마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내 나이가 되면 난 또 다른 곳에 있을 거다.”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건 좋지 않을까.

“호텔에 묵었는데 그 방을 깨끗이 쓰고 난 뒤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짝 메모를 남겨줄 수 있는 정도의 선배라고 할까. 롤모델이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러려고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잖나. 난 내 음악을 해야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그들 가운데서도 진짜 가수로 남는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쩌면 난 그 길을 닦고 있는지 모른다.”


○그럼 당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뭔가.

“음악은 메시지다. 대중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다.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를 ‘바라콘’이라고 이름 붙였다. ‘바다 라이브 콘서트’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바라는 콘서트’이기도 하다.”


○S.E.S와 핑클이 라이벌로 비친 것처럼 보컬로서 당신과 옥주현 역시 그렇다. 그룹 멤버에서 솔로로, 이젠 뮤지컬 무대의 주연으로 나선 행보가 비슷하니 말이다.


“주현이는 내 친구다. 그녀는 벨칸토 창법이 뛰어나다.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거다. 사실 우리 둘을 그렇게 보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어쩌겠나. 사람들이 그렇게 본다면 할 수 없는 거다. 친구라는 관계가 먼저인데 그렇게 비교하는 게 좋다면 그렇게 하는 거다. 그리고 그건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최근 영어 이름을 ‘Bada’에서 ‘Vada’로 바꿨다.

“독립적인 어떤 무엇이 되길 원한다. 영어명을 바꾼 것도 이젠 ‘노래하는 디바’로 비치길 바란다는 뜻이다. ‘Bada’에선 뭔가 귀엽고 버라이어티한 느낌과 함께 ‘아이돌 출신 바다’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이젠 좀 더 음악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사실 ‘Vada’는 데뷔하기 전에 지어놓았던 거다. 하지만 당시엔 너무 느낌이 성숙한 것 같았다. 그래서 영어명을 바꾼 의미가 크다.”


○2010년의 포부는 무엇인가.

“가수 바다로서 음악적으로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싶다. 이젠 콘서트에서 만나면 좋은 음악을 하고 싶기도 하다. 풍부한 멜로디로서 말이다. 물론 뮤지컬도 꾸준히 할 것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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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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