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용서는 없다’ 설경구 “낮술 없었다면…‘용서’는 없었죠”

입력 2009-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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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경구는 영화 ‘용서는 없다’에서 납치당한 자식을 찾으며 진한 부성애를 드러냈다.

납치 당한 자식을 향한 부성애 극단의 고통스러운 연기 ‘술의 힘’ 없이는 도저히…
스태프 못 웃게 한 죄 내옆에 못 오게 한 죄, 용서를…‘용서는 없다’고요?
‘알코올 냄새’가 묻어나는 영화.

적어도 배우 설경구에게 새 영화 ‘용서는 없다’는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마실 수 있고, 없는 차이가 있을 뿐 그는 에틸과 메틸 2가지로 구분되는 알코올과 영화를 찍는 내내 가까이 지냈다.

설경구가 ‘용서는 없다’에서 맡은 역은 사체와 씨름하는 부검의. 따라서 병원 특유의 냄새라 할 수 있는 포르말린은 이젠 그에게 제법 익숙한 향취가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시는 알코올과는 대체 어떤 사연으로….

설경구는 촬영 내내 현장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소주 한두 잔씩을 마셨다고 했다. 그의 낮술은 기분 좋게 마시는 ‘반주’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그것은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도리어 술을 더 마시는 해장술처럼 잔혹한 수법이었다.

납치당한 자식을 꽂는다는 설정은 어찌 보면 과거 그가 출연했던 영화 ‘그 놈 목소리’와도 비교될 수 있겠지만, 필름 속에 묻어나는 부성애란 감정의 깊이는 ‘용서는 없다’가 더 “날 것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설경구는 “극단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잠시 술의 힘을 빌렸다”고 했다.

“배우 설경구의 가장 나약한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섣불리 카메라 앞에 서질 못하겠더군요.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벌건’ 술기운이 녹아든 아버지의 애타는 마음은, ‘반전’이 생명인 스릴러인 ‘용서는 없다’의 특성상 극장에서 직접 목격하길 권하고 싶다.

설경구.


대신 설경구는 치열한 감정 연기를 위해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스태프가 희생(?)됐는지 일종의 후일담이자 자기반성을 늘어놓았다.

“주변에 아무도 못 오게 하고, 쉬는 시간조차 웃고 떠들지도 못하게 한” 죄. 설경구는 그렇게 현장을 불편하게 만든 일이 “영화 ‘역도산’에 이어 두 번째”라며 “늘 고쳐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설경구에게는 늘 적잖은 흥행 부담이 따랐다. 그에 부응하듯 전작인 ‘해운대’는 모처럼 1000만 신화를 재현해내 올 한해 한국영화의 부활을 이끌기도 했다. ‘용서는 없다’ 또한 성인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있어선 설경구이기 때문에 ‘용서가 없는’ 게 현실. 설경구의 해석은 이러했다.

“물론 저 하나로 인해 한국영화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지만…개봉 편수를 고려했을 때 모든 배우가 한 작품, 한 작품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선 안 된다는 사명감이자 부담감이 분명히 있지요.”

그는 덧붙여 “해마다 한 편씩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것이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올 해 설경구는 안팎으로 행복했다. 배우로서 훌륭한 성적과 연기를 남겼고, 평생의 동반자와 또 2세를 얻었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듯 촬영장 밖의 사정에 대해선 그저 웃음으로 때우고 마는 그. 그렇다면 배우로서 새해는 어떻게 열어갈지 궁금했다.

“숙제는 자꾸 쌓이고, 풀어내야 하는데 어렵고. 이젠 ‘짬밥’도 제법 돼서 X팔리기까지 하니 원…힘듭니다, 허허.”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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