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포화속으로’는 “내게 배움을 준 영화”

입력 2010-05-28 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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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은 최승현이다.”

톱스타 권상우는 당당하게 말했다.

차승원, 김승우, 탑(최승현)이 영화 ‘포화속으로’의 크레딧에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함께 출연한 “최승현이 주연배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최승현을 돋보이게 해주려는 노력을 하는 인물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겸손해 했다.

6월26일(이하 한국시간) 개봉하는 영화 ‘포화속으로’는 1950년 8월,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치열했던 낙동강 전투 시기 71명의 학도병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권상우와 최승현을 중심으로 한 학도병들의 처절하고도 슬픈 전투를 그렸다.

권상우는 28일 오전 미국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초청으로 자신의 영화를 상영하기에 앞서 연출자인 이재한 감독과 기자들을 만났다.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곳으로 특히 한국전쟁을 중요한 연구 주제로 삼아왔다.

이날 상영회 역시 그 연구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

이에 앞서 권상우는 기자들과 만나 “최승현이 주인공”이라면서 자신은 관객이 “저 역할을 하면서도 보이는 배우이구나 하는 걸 느끼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포화속으로’가 그 만큼 어느 한 배우의 열연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을 지녔고, 전쟁의 슬픈 운명 속에 놓인 학도병의 처절함을 담아내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했다는 얘기로 들려왔다.

그래서 권상우는 “스스로 채찍질 하면서 촬영에 임했다”면서 “더욱 긴장하고 영화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게는 배움이 많았던 작품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스탠포드대 상영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웨스턴 팔로알토에서 가진 일문일답.


-스탠포드대에서 상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재한 감독(이하 이):“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는 워낙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역사와 한국전쟁에 있어 명망을 지닌 연구소다. ‘포화속으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후원을 해왔다.

오늘 시사를 갖기로 한 것도 이미 촬영 전부터 결정되어 있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데 미완성으로 시사를 진행하게 됐다.

스탠포드대가 미국에서 이 영화가 소개되는 데 도움을 많이 줬고 줄 것 같다.

2년 전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아태연구소 주관으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시사회를 연 적이 있다.

그 후속 행사로 ‘포화속으로’ 시사를 진행하게 됐다.”


-배우로서 참석하게 됐다. 소감은 어떤가.



권상우(이하 권):
“참석하는 데 의의가 있다. 기자시회에서 보고 싶었는데 떨린다. 배우로서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스탠포드대에서 상영된 뒤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좋은 일이 생기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이 영화가 개봉 이후 사랑 많이 받았으면 좋겠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큰 것이어서 기회가 된다면 이 넓은 땅에서도 여러분에게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포화속으로’가 미국 아카데미상을 노린다는 얘기도 있다.



이:
“아직 대중에게 소개되지 않아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영화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 이후 영화가 어디까지 갈지는….

이번 칸 국제영화제도 가고 싶었지만 일정을 맞추지 못해 못 가게 됐다.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고, 의미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 영화가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게 다가가고 아카데미까지 연결된다면 큰 기쁨이 아닐까 생각한다.


-상당히 스케일이 큰 전쟁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권:
“일이 이렇게 크게 될 줄 몰랐다.(웃음)

원래 시나리오가 ‘71’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을 때에는 이렇게 큰 규모로 제작될 영화가 아니었다.

또 어떤 취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작품을 선택하는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내게 맞는 옷이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다.

‘포화속으로’는 한겨울에 촬영해야 했지만 영화 속 실제 이야기는 8월에 벌어진다.

이를 어떻게 리얼하게 표현할까, 촬영시기상 입에서 입김도 나는데, 실제 사건을 영화화하는 것으로 사실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찍으면서 애착을 더 갖게 됐고, 여러 구성원들이 노력해서 한 작품을 만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즐겁게 촬영했다.

여러 학도병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함께 한 4~5개월 시간이 좋았다. 연기자로서도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줬다.

그런 추억이 좋았다.”

-‘화산고’,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유난히 극중 교복을 입은 작품들이 많았다. 이번에도 교복을 입었다.



권:
“아직 내 나이가 젊다.(웃음)

연기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라도 스스로 어색하거나 내가 다른 옷을 입고 있거나 하는 생각이 들면 확실히 ‘미스’가 있다.

‘포화속으로’의 경우에는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자신이 있었다.

인물이 느끼는 여러 가지 상황이 충분히 공감됐다.

그래서 교복을 입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선 우려를 하기도 했던 듯하다

공교롭게도 교복을 입고 데뷔했다. 교복 입은 작품들이 내 대표작이 됐다. 현장에서도 이번 영화는 잘 될 것 같다고 하고, 나 스스로도 최면 걸었던 것 같다.

최근 ‘포화속으로’ 쇼케이스에서도 말했지만 최근 벌어진 천안함 사건은 굉장히 슬픈 사건이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에게는 동생일 수도 있는 분들이 희생됐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슬펐다.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이 영화는 60년 전 시간만 거슬러올랐을 뿐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배우가 연기하는 데 조금이라도 더 진실 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포화속으로’에 담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



이:
“영화 속 인간의 모습 그대로를 바라봤으면 한다. 특정한 잣대로 보지 말로 인간적인 모습,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봤으면 한다.

만들 때에도 항상 탈이념적으로 영화를 다루고 싶었다.

한국전쟁은 이념의 전쟁이기도 하지 않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장에서 싸워야 했던 군인과 학도병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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