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 이하늘이 1일 트위터를 통해 “‘강심장’ 출연 안 했다고 ‘인기가요’에 출연하지 못했다. 많은 가수들이 음악방송의 이런 ‘공갈압박’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하늘이 주장한 ‘공갈압박’이란, 인기가수가 타사 경쟁프로그램을 통해 컴백무대를 먼저 하거나 아니면 자사 특정 프로그램 섭외를 거부할 경우, 비슷한 포맷의 타사 경쟁프로그램에 중복 출연하는 경우 음악 프로그램 출연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SBS 예능국은 “‘강심장’ 출연과 ‘인기가요’ 출연의 상관관계는 없다”고 부인했다.
가요계에서는 가수들이 음악 프로그램이 내건 ‘조건’ 혹은 ‘요구’를 충족시켜줘야 출연을 보장받는 일종의 ‘거래’가 벌어진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2008년 10월 소집 해제와 함께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에 고정출연한 김종국은 얼마 뒤 5집 음반을 발표했을 때 KBS 2TV ‘뮤직뱅크’에 한달간 출연하지 못해 논란이 됐었다. 그 외에도 몇몇 인기 가수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특정 방송사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상황이 생기면서 ‘거래’와 ‘불이익’설은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매주 시청률 추이에 일희일비하는 음악 프로그램 입장에서 팬이 많은 인기가수의 컴백 무대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기획사에 “우리 방송에 먼저 출연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또한 ‘강심장’과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해 인기스타를 섭외하려고 애쓰는 것도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요청을 받고 출연을 결정하는 것은 가수의 자유의지라는 점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원하지 않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을 강요하거나, 해당 가수의 정당한 음반 활동을 자기만 독점하려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음악 프로그램이 모두 ‘말 잘 듣는’ 가수, 예능감각 뛰어난 가수만 선호하면 결국 시청자들은 예능프로그램이건 음악방송이건 매번 비슷한 얼굴만 보게 된다. 지상파 3사의 음악프로그램을 보면, 채널만 다르지 출연자는 거의 비슷하다. 이는 어쩌면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박탈하는 것이다.
아울러 톱가수를 보유한 대형기획사 측도, 특정 프로그램을 자사 소속 가수 위주로 출연하도록 요구하거나, 톱 클래스 가수의 출연을 조건으로 다른 가수의 출연 순서까지 원하는 대로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유치한’ 태도도 근절돼야 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