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일본 최고의 미소녀 아이돌로 각광받았던 마츠우라 아야(24). 얼굴은 여전히 예쁘지만 어느덧 20대 중반이 된 그녀에게서 풋풋했던 미소녀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특유의 깜찍한 '볼풍선 표정'으로 남성 팬들을 설레게 하며 일본의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받았던 마츠우라 아야가 최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자신의 전성기 시절이던 10대 때 "거짓 웃음을 지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2001년 15세의 나이로 데뷔한 마츠우라 아야는 같은 시기 일본에 진출한 동갑내기 친구 BoA와 함께 소녀 가수 붐을 일으켰다. BoA는 춤과 가창력을, 마츠우라 아야는 예쁜 외모와 미소녀 아이돌 이미지를 내세워 각기 다른 매력으로 정상에 섰다.
데뷔곡인 '돗키도키 라부 메루'(두근두근 러브 메일)를 비롯해 '라부 나미다이로'(러브 눈물의 색), '모모이로 카타오모이'(복숭아빛 짝사랑) 등 제목부터 지극히 '미소녀 아이돌'스러운 노래들은 잇달아 대박이 났다. '아야야'라는 귀여운 애칭도 생겼다.
새 싱글이 나오는 날이면 도쿄 등 일본 대도시의 주요 거리 가로등마다 마츠우라 아야의 홍보용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광고계와 예능계, 출판계에서도 섭외 1순위였다. TV만 틀면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그녀가 커버를 장식한 잡지와 사진집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로리콘(롤리타 콤플렉스의 준말로 소아성애 성향을 뜻하는 일본식 외래어)의 아이콘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적지 않은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선 '귀여운 척 하는 게 꼴 보기 싫다'며 비호감 1순위로 꼽혔고 '실제 나이는 20대 중반'이라는 악성 루머에도 시달렸다.
로리콘 이미지 때문에 10대 소녀인데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중년 남성 MC들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 개그맨들이 그녀의 이 같은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는 등 TV에선 끊임없이 희화화되는 대상이었다.
톱스타로 각광받았지만 그녀의 아이돌 유통기한은 길지 못했다. 매번 엽기적인 컨셉트의 노래와 스타일, 한결같은 표정과 말투만을 내세우면서 이미지가 빨리 소비돼 식상해진 것이다. 나이가 점차 들면서 인기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20대가 된 이후엔 성숙한 스타일로 모습을 바꾸고 노래도 예전과 달리 발라드곡을 부르는 등 변신을 시도했다. 배우로 활동하기 위해 연기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대중은 깜찍했던 과거의 마츠우라 아야만을 기억했고 더 이상 미소녀가 아닌 나이 든 아이돌에겐 싸늘했다.
내년이면 벌써 데뷔 10년째를 맞는 스물네 살의 마츠우라 아야는 최근 일본 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겪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또 10대 시절 자신을 '아야야'라고 부르며 현재 본인과 구분 지었다.
그녀는 "아야야는 언제나 웃어야만 했다. 거짓된 웃음이 갈수록 심해졌다"고 고백했다. 웃고 싶지 않을 때조차도 자신이 선택한,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아이돌'의 굴레에 갇혀 가식적인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타고난 아이돌'이라 부르며 늘 밝고 명랑한 모습만을 보였던 마츠우라 아야의 이 같은 발언에 일본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마츠우라 아야는 당시 자신이 "카메라가 다가오면 반사적으로 입꼬리가 올라갔다"며 "(그런 내가) 무서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서 일본 최고의 미소녀 아이돌로 각광받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도 털어놓았다. 그녀는 "아야야가 나이 드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아야야에겐 주름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조금은 (아야야를) 내 자신 속에 간직해 두고 싶다"라고 말했다.
마츠우라 아야의 '거짓 웃음' 고백엔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10대 아이돌 스타의 뒤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가 엿보인다. 트렌드에 맞춰 하나의 상품처럼 소비되고 한 순간에 사라지는 10대 아이돌 스타의 숙명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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