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장규수 박사의 ‘스타시스템’]미국, 일본과 다른 한국형 스타시스템이란 무엇인가?--①

입력 2011-04-01 18:4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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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연예기획사 체제로 재편된 한국 연예산업을 조망해 보자
●미국은 스타가 '고객', 일본은 스타가 '자산'
[들어가며] '스타(star)'란 대중에게 노출된 연예인 가운데 특히 인기가 높은, 일종의 문화 산업의 엘리트들을 총칭한다.

이 스타란 대중문화산업의 콘텐츠이자 산업 그 자체이기도 하다. 결국 이 스타를 발굴하고 키우고 관리하는 것이 바로 연예 산업의 최대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바로 매니지먼트라는 산업이 탄생하게 된다.

연예인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특히나 스타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에이전트, 매니저 등 조력자들과 함께 나름대로의 전문적인 시스템을 거쳐야만 한다. 당초 우리나라는 문화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이 시스템을 알음알음 배워왔다.

그런데 최근 한국형 스타시스템이 중국, 대만, 태국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의 스타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은 대중문화 산업을 이해하는 첩경이 된다. 이 칼럼에서는 바로 대중문화의 중심인 '스타시스템'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기로 한다.


■ 스타시스템(star system)이란 무엇인가?

'스타시스템'이란 용어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대중문화콘텐츠를 제작할 때 스타를 기용하여 흥행의 안정성을 모색하는 경우다. 둘째는 '아이돌그룹'의 사례에서 널리 알려졌듯이 전문조직에 의해 스타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 제작, 매니지먼트 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첫 번째 의미로 주료 활용됐다. 그러나 이제는 두 번째의 의미, 즉 연예매니지먼트사 등에 의해 연예인이 발굴되어 스타로 등극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원래 스타시스템이란 영어식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비롯된 용어다. 1930~1940년대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들은 영화의 흥행률을 높이기 위해서 영화제작과 관련된 모든 기자재와 시설 그리고 인력을 전속으로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탤런트나 연기자들이 특정 영화사나 방송국 소속(공채 탤런트)일 때가 있었던 것과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스튜디오시스템(studio system)은 비단 특정 스타에 한정되지 않고 감독, 작가 그리고 다양한 전문스텝들을 모두 포함하게 된 것이다.


■ 미국의 에이전시시스템(agency system)

그러나 이러한 스튜디오시스템은 전속된 스튜디오 이외의 작품에 출연이 제한되며 독과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곧 1948년 반 독과점법에 의해 붕괴했고 1950년대 이후 에이전시를 통한 시스템이 등장하게 된다.

공인된 에이전트들이 영화 출연을 중개하고, 스타의 캐스팅에 관한 여러 가지 업무를 대행하게 된다. 수입 역시 연기자의 출연료에서 법이 정한 범위에서 수수료를 받아 나누게 된다.

이러한 에이전시시스템은 1970년대 접어들며 널리 활성화 된다. 이후 1980~90년대에는 대중매체의 급속한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스타의 권력이 급속히 성장하였다. 이에 많은 스타를 거느린 대형 에이전시들의 역할이 커지게 되었고, 심지어 제작사보다 에이전시의 권한이 더욱 커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에이전시는 에이전트(agent), 즉 중개자의 역할만 할 뿐, 스타의 활동이나 개인적인 관리인 매니저(manager)의 영역은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에서 에이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스타시스템은 스타의 능력개발, 연예활동, 개인적인 문제 등은 스타개인이나 스타가 개별적으로 고용한 매니저에 의해 진행될 뿐이다. 미국의 스타시스템은 에이전트와 매니저가 업무를 분리하여 진행되는 셈이다.




■ 일본의 프로덕션시스템(production system)을 모방하다

일본의 스타시스템은 미국과 달리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가 혼합되어 있고, 발굴과 교육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 매니지먼트사도 영화, 드라마의 제작과 같이 연예인을 제작한다는 의미에서 프로덕션(production)이라고 부르는데, 회사의 권한이 강력한 프로덕션시스템이 형성되었다.

미국의 에이전시가 법으로 허가된 라이선스를 갖추어야 되는 것처럼, 일본의 연예프로덕션도 유료직업소개사업으로 분류되어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연예프로덕션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은 한국도 비슷한데, 원칙적으로는 연예 매니지먼트업이나 에이전시업이 인력중개업이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모델에이전시만 직업소개소로 허가받아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 연예 매니지먼트업이 허가가 필요 없는 신고업종이다.

또한 일본의 연예인 양성학원은 나이가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프로덕션의 전속계약을 도모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에도 '연습생'의 신분으로 정식으로 데뷔하기까지 트레이닝시스템을 따른다.

일본 시스템이란 연예인을 상품이나 서비스로 제작하는 관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능사무소 등으로 불리는 연예프로덕션을 중심으로 발굴과 교육 그리고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모두 담당하는 것이다.

日 걸그룹 AKB48.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특징은 기획사가 주도적으로 스타를 키우고 관리한다는 점이다(사진=동아일보DB)



■ 한국형 시스템의 정착과 미국식 에이전시법안의 절충은?

미국과 일본의 스타시스템은 주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초기에 일본의 시스템을 도입하였으나, 최근 미국식 법안을 준비하며 법률적 관리와 산업적 시스템의 구축을 꾀한다는 것도 포인트다.

한국의 연예산업은 1980년대 음반 산업의 전성기를 겪으며 대중가수를 중심으로 연예 매니지먼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기획력을 갖춘 매니저가 에이전트업무를 겸하며 연예기획사를 중심으로 스타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스타서치와 SM기획 등이 선두적으로 스타비즈니스의 시스템화를 추구했는데, 당시 삼성계열의 자본으로 무장한 스타서치는 미국식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그러나 SM기획이 도입한 일본식 시스템은 H.O.T, 보아 등을 성공시키며 다른 연예기획사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였다.

따라서 현재 아이돌 스타로 대표되는 한국형 스타시스템은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연예기획사를 중심으로 매니저가 에이전트의 역할을 함께 담당하며, 발굴과 교육 등 직접적인 투자를 지원하는 형태이다.

정리하면, 미국의 스타시스템은 연예인을 철저하게 고객(client)로 대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연예인에게 전속계약을 맺고 선투자를 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asset)으로 간주하는 점이다.

앞으로 필자는 이러한 스타시스템의 선진화 방안에 관하여 한국과 세계 여러 국가들의 현장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한국형 스타시스템의 결정체인 '소녀시대'. 일본의 연예산업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점차 미국영향이 커질 전망이다.(사진:SM엔터테인먼트)



장규수 | 연예산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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