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픈유어아이즈, “보인다고 정말 볼 수 있을까”

입력 2011-06-08 16: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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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 복판에 고급 바를 운영하는 남자 장윤호(이동우 분). 백화점 명품관을 동네 슈퍼마켓처럼 들락거리는 ‘된장녀’ 오지혜(구옥분 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천사표 여인 이혜숙(백송이 분), 바 종업원과 장윤호의 친구로 등장하는 멀티맨(김진모 분).

돈은 잘 벌지만 성품이 거칠고 못 돼먹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며 살던 장윤호는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다. 그가 시각장애인이 되자 그 동안 그에게 살살대던 친구와 오지혜는 서로 눈이 맞아 장윤호의 재산을 몰래 빼돌리고, 외톨이에 빈털털이가 된 그의 앞에 천사같은 여인 이혜숙이 나타난다.

시력을 잃은 대신 손을 대면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사이코메트리’라는 특수한 능력을 얻게 된 장윤호는 세상에 믿을 인간이 없다며 혐오주의에 빠지게 되는데 ….

어쩐지 한국판 ‘스크루지’를 연상하게 만드는 뻔한 스토리지만 그 감동의 울림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분전이 마음을 열게 만든다.


멀쩡한 정상인이었다가 중반 이후 시각 장애인으로 나오는 장윤호 역은 개그맨 출신의 배우 이동우가 맡았다.

그의 능숙한 무대동선과 소품 활용을 보며 사람들은 한 가지 사실을 잊는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그가 서서히 시력을 잃은 끝에 현재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가 옷을 고르고, 술을 따르고, 쓰레기를 집어던지고, 침대에 몸을 눕히는 모든 일련의 동작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되고 훈련된 것이다. 사실 그는 어두움만을 볼 뿐이다.

스토리의 감동은 후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관객은 얼마 안 되는 이동우의 전반부 정상인 연기에서부터 뭉클해진다. 기술이 아닌 진실이 마음결을 일으켜 세운다.

천사와 마녀처럼 대비되는 이혜숙과 오지혜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하염없는 청순녀 역을 맡은 백송이의 조근조근한 대사와 미소도 좋지만, 남자의 간담을 녹일 듯 애교를 부리다가도 순식간에 악다구니를 치는 구옥분의 연기 폭은 볼수록 재미있다.

지난해 연극으로 첫 선을 보였던 ‘오픈유어아이즈’는 이번 시즌2를 맞아 ‘뮤직드라마’ 형식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스토리의 듬성듬성한(물론 연출가의 의도이다) 빈 자리를 무대 왼쪽에 덩그러니 놓인 피아노와 마이크 한 대로 채운다.

극이 끝나고, 커튼콜에서 이동우는 관객을 향해 “저는 여러분을 볼 수 없지만, 여러분이 지금 이 자리에 선 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라고 말했다.

작은 감동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작품, ‘오픈유어아이즈’는 12월 31일까지 서울 동숭동 SM스타홀에서 공연한다.

그대, 마음의 눈을 떠라.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별처럼 그대 앞에 드러날 것이니 …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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