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김경진 “‘거성’ 박명수 사장은 내가 밟고 일어설 깔창!”

입력 2011-06-10 10:51:05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후배 이정규와 힙합그룹 '원 헌드레드' 결성 김경진
●'폭로 개그' 소재로 활용된 박명수 사장, 실제로는 "친절해"
●'UV(유세윤·뮤지) 신봉 그룹' 원 헌드레드, 목표는 행사 100개

김경진은 자신과 똑 닮은 후배 개그맨 이정규와 힙합 그룹을 결성했다. 이름은 ‘원 헌드레드’다. 파트너 이정규는 Mnet의 ‘슈퍼스타K 시즌 2’에 출연해 가창력을 인정받은 ‘비장의 카드’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박명수 사장이요? '깔창'이죠. 깔창! 언젠가 밟고 일어서야죠."

개그맨 박명수(41)의 '안티 팬'이 한 말이 아니다. 박명수가 사장으로 앉은 거성엔터테인먼트 소속 1호 연예인 김경진(28·개그맨)이 한 능청스러운 답변이다.

"김경진에게 박명수는 어떤 의미인가?"라고 질문하자, 김경진은 질문이 어렵다며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내 특유의 배시시한 미소를 흘리며 '사장님 나빠요' 식의 폭로 개그를 이어갔다.

톱스타 박명수가 뒤를 봐준다지만, 김경진은 박명수가 펑크 낸 스케줄도 대신 뛰기가 일수다. 매니저도 스타일리스트도 전혀 없다.

이번 인터뷰도 소속사에 단 한 명뿐인 매니저는 "걔가 무슨 가수?! 노래도 못 불러요"라며 단박에 거절했다. 반면 김경진은 "꼭 하고 싶다"며 기자에게 2번이나 전화해 인터뷰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개그맨 가수’ 박명수가 닦아온 길을 밟듯 김경진은 자신과 똑 닮은 후배 개그맨 이정규(25)와 힙합 그룹 ‘원 헌드레드’를 결성했다. 박명수는 그가 넘어야 할 산이면서도, 롤 모델인 듯 했다.


▶'악덕 사장' 박명수 사장과 노예 계약

- '거성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요?

"제가 40만 원짜리 차를 끌고 다니다가 4만 원짜리 벌금 딱지 끊은 적이 있어요. 그걸 박명수 사장이 보고 가슴이 아프다며 저를 거둬줬어요. 쩝…. 30만 원에 3년 전속계약을 맺었어요. 노예계약이죠"

- 매니저 없이 활동하는 데 불편하지 않나요?

"그냥 혼자 다니는 거예요. 낄낄. 혼자 다녀서 좋은 점도 있어요. 주위 사람들이랑 많이 친해지죠. 어려운 점은 스케줄에 맞춰서 이동할 때요. 그래서 스케줄을 하루에 한 개만 잡아요."

- 소속사에서 나오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거성엔터테인먼트는 사무실도 없어요. 이런 유령 소속사에서 나가고 싶어서 'TN엔터' 토니 안 사장에게 스카우트해달라고 했는데, 안 받아주더군요"

‘거성엔터’ 1호 연예인 김경진(오른쪽)은 후배 개그맨 이정규와 힙합그룹 ‘원 헌드레드’를 결성했다. 빈티나는 외모가 불만인 두 남자는 “다음 생에는 ‘포스(force)’ 넘치는 장동건, 차승원 얼굴로 태어나고 싶다”며 야무진 바람을 전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김경진은 시종일관 박명수의 무심한 '방임형' 연예인 관리가 불만스러운 듯 말했지만, 은근슬쩍 박명수 편을 들기도 했다.

- '악덕 사장' 박명수와 실제로 어떤 관계인가요?

"에이~방송용이랑은 달라요. 잘해줘요. 더운 날 녹화하고 있으면 '물 많이 먹어, 더워'라며 챙겨줘요. 이번에 '무한도전' 조정특집 때도 '빨리 오라'고 재촉했는데, 제가 녹화중이라 '바빠요. 못 가요. 저도 소신이라는 게 있어요!'라며 거절했죠. 헤헤헤"


▶ 'UV 신봉 그룹' 원 헌드레드, "행사 100개가 목표!"

- 가수 데뷔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계기란 말이죠오~. 제가 말을 잘 못해서 행사가 없어요. '가수를 하면 행사를 많이 뛸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죠. 또 정규가 '슈퍼스타K 시즌 2'에 출연해 가창력을 인정받아서 이 '원석'을 한번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김경진)"

- 팀명 '원 헌드레드'는 무슨 의미인가요?

"행사 백 개가 목표라는 의미에요. 정규는 보컬, 저는 랩. 저희는 행사와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김경진)"

- UV와 라이벌이 아닌 '신봉 그룹'이라고요?

"UV가 뽀로로 문신을 하면, 우린 케로로 문신을 해요. 솔직히 UV와 급 자체가 달라서 라이벌이기에는 힘듭니다. 처음 노래 만들 때 경진 선배에게 너무 UV와 비슷한 것 아니냐고 말했더니 '너 HOT가 왜 잘됐는지 알아? 젝키가 있었기 때문이야'라고 딱! 말했죠. UV의 영향을 받은 거지, 절대 표절은 아닙니다. (이정규)"

- 음반 내는 것은 회사에서 말렸다고 들었어요.

"박명수 사장은 신경도 안 쓰던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회사의 어. 떠. 한 도움 없이 준비했어요. 타이틀 곡 '솔로 마스터'는 음원 등록도 직접 해야 하는 데 돈이 없어서 아직…. (김경진)"

- 타이틀 곡 '솔로마스터' 1곡 밖에 없네요?

"한 곡밖에 없어서 저희는 앙코르를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기자님 기다리면서 방금 두곡을 만들었습니다. 곡명은 '홍대 마케팅', '유성매직 수성매직'이라고…. (이정규)"

"게릴라성 공연을 할 거에요. 거리에서 일반 공연이 아닌 산후조리원, 보육원 등이 무대죠. (김경진)"

원헌드레드의 타이틀곡 ‘솔로마스터’는 애인 없는 김경진, 이정규의 애환을 담은 자전적인 곡이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전혀 궁금하지 않은 두 남자의 '마지막 연애'

타이틀 곡 '솔로마스터'는 애인 없는 남자의 애환을 담은 자전전인 곡이다.

-둘의 마지막 연애는?

"중학교 때 펜팔. (김경진)"

" 저는 '치매남' (치명적 매력남)이에요. 3년 전부터 여자를 돌 같이 보며 절제하고 있죠. (이정규)"

이정규의 의외 대답에 김경진도 이에 질세라 인기를 자랑했다.

"사실 티아라 지연 씨가 저를 이상형이라고 했지만, 그분 전화번호를 일부러 안 받았어요. 수영선수 정다래 씨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안 만났죠. 진짜에요. 진짜. (김경진)"

- 얼굴만 봐도 웃긴 개그맨, 고충은 없었나?

"'개그맨 해라' 이런 소리는 안 들어봤어요. 우리 엄마가 만날 저보고 잘 생겼다고 했는데…. (김경진)"

"거울보고 웃는 연습을 하니까 내 모습이 예뻐 보이던걸요. 다른 사람들이 제 이목구비 조합이 잘 됐대요. 하하하. (이정규)"

- 김경진 씨 머리 스타일은 박유천 씨와 비슷해서 화제가 됐죠.

"명동에서 일본 관광객이 저를 보고 '동방신기!' 라기에 '동방신기? 아임 믹키유천'이라고 했죠. 이 머리 스타일은 제가 먼저 했죠. 파마 아니고 자연산 곱슬머리입니다. (김경진)"


▶'개그맨은 레퍼토리' 망해도 상관없다

사실 김경진은 2007년 MBC 공채 16기 수석 개그맨이다. 핑크빛 미래가 펼쳐지리라는 예상과 달리, 무대에 오를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는 2년간 좁은 고시원에 처박혀 가난과 싸우며 고생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에요?

"중학교 때 길가다가 얼굴을 쳐다봤다고 나쁜 형들에게 슬리퍼로 뺨을 20대 맞은 적도 있어요. 개그맨이 된 후 공백 기간에 우울증까지 걸렸어요. 모든 것은 포기하고 고향 대전 집에 가려는 데 차비 8000원이 없는 거예요. 단돈 8000원이…. 정말 슬펐어요. 하지만 그때 안 가길 잘했죠. (김경진)"

"지금이 제일 힘들어요. 고정 코너도 없고…. 사실 개그맨 시험보기 전날 두 시간 준비했는데, 덜컥 합격했죠. '아무나 뽑나? 내가 그렇게 웃기나' 라고 자만했죠. (이정규)"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던 이정규는 붉어진 눈시울을 숨기려고 얼굴을 돌렸다.

화제를 바꾸려고 '개수'(개그맨 가수)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들에게 각오를 물었다. 이정규는 가수 활동을 위해 컴퓨터까지 장만했다. '슈퍼스타K 시즌3'에서 참가할 예정이라며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반면 김경진은 다소 쿨한 답변을 남겼다.

"박 사장이 '개그맨은 레퍼토리'라고 해요. 레퍼토리가 없으면 생명이 짧다는 거죠. 박 사장도 처음 음반 내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러나 '이걸로 20년 개그맨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대요. 저도 제 도전 자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수 활동 망해도 상관없습니다."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