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99년 임권택 감독 ‘스크린쿼터 사수’ 삭발

입력 2011-06-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999년 오늘, 따가운 햇볕이 쏟아지는 아스팔트 위. 임권택 감독이 허망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할 때, 그의 머리카락은 바리캉에 쓸려나갔다.

이내 삭발이 됐고 이를 지켜보는 안성기, 박중훈, 한석규, 심은하, 전도연, 고소영, 이미연 등 톱스타들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임 감독의 약력을 소개하던 명계남의 목소리는 흐느꼈다.

이날 임권택 감독 등 영화 관계자들은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치며 삭발했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모두 300여명의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영화 관계자들이 삭발을 결행했다. 이미 그 해 최고 흥행작 ‘쉬리’의 강제규 감독을 비롯해 박광수, 장선우 감독 등도 잇따라 머리카락을 깎았다.

이들은 당시 한미투자협정 협상에 나선 정부가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규정한 스크린쿼터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결사항전’에 나섰다. 1967년 처음 시행된 스크린쿼터제는 할리우드 등 물량을 앞세운 외화의 공세 앞에서 한국영화 산업을 보호하려는 제도. 당시 최대 연간 146일, 최소 106일은 극장이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한 제도는 한국영화의 최후 보루였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스크린쿼터를 줄이려 했고 영화계는 크게 반발했다. 1998년 12월1일에는 임권택, 정지영, 강우석 등 감독들,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심혜진, 최진실 등 배우들이 영화 제작을 전면 중단하고 자신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명동성당까지 장의 행렬을 이루기도 했다.

결국 2006년 7월 스크린쿼터는 73일로 줄었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낮아져도 이를 늘릴 수 없도록 한 ‘현행 유보’를 채택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