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자 21인에 묻다] 여고 복도서 달려들던 최강희 오싹!

입력 2011-06-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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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영화의 계절! 영화제작자 21인에게 물었다

1. 한국 최고의 호러영화? ‘여고괴담’ 1편 11표
2. 최고의 호러명장면?‘여고괴담’ 복도 점프 12표
3. 최강의 호러퀸? ‘예쁜 귀신’ 최강희 4표


한여름 컴컴한 상영관에서 관객의 비명과 탄성이 교차한다. 손은 식은땀으로 흥건하지만 에어컨의 서늘한 기운에 이내 마르고 입안의 침은 공포를 따라 목울대를 넘는다.

공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포츠동아가 영화제작자 21인에게 한국의 공포영화에 관해 물었다. 늘 대중성과 작품적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더위를 식혀줄 공포영화 명작에 대한 추천사이기도 하다.


● ‘여고괴담’, 한국 공포영화의 ‘명품’

응답자 중 11명이 ‘여고괴담’(시리즈 1편)을 최고의 공포 영화로 꼽았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도 한 표를 얻었다. 1998년 박기형 감독이 연출하고 최강희 김규리 박진희가 주연한 ‘여고괴담’은 학창 시절 괴담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여 크게 흥행했다.

제작자들은 ‘여고괴담’이 뛰어난 작품성과 흥행력으로 한동안 잊혔던 한국 공포영화 장르를 되살려낸 점을 평가했다. 귀신 이야기의 부활, 잘 짜인 구성과 신선한 스토리, 입시경쟁에 내몰린 10대들의 ‘시대적·사회적·일상적 공포’로 관객의 지지를 얻어 한국 공포영화의 장르적 전통을 새롭게 형성한 영화로 꼽혔다.

김지운 감독의 2003년작 ‘장화, 홍련’은 공포영화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아름다운 공포’로 7표를 차지했다. 다중인격이라는 소재, 탄탄한 내러티브, 뛰어난 비주얼 등 ‘웰메이드 상업영화’로서 손색이 없다고 제작자들은 말했다.

2009년 개봉한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도 3표를 얻었다. 남상미가 주연한 영화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샤머니즘을 토대로 기교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심리적 공포를 가득 안겨준,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로 인정받았다.

안병기 감독을 공포 영화의 ‘히트 메이커’로 만들어준 2002년 작품 ‘폰’,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는 그가 왜 거장인지 보여준 걸작으로 꼽히며 각각 두 표를 얻었다. 김기영 감독은 1984년작 ‘육식동물’의 ‘독특하고 기묘한 정서’로 또 다른 한 표의 지지를 받았다.


● 최강희, 한국 최고 ‘호러 퀸’

‘호러 퀸’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부터다. ‘호러 퀸’은 공포영화의 여주인공을 뜻한다.

최고의 ‘호러 퀸’으로 네 명의 제작자가 ‘여고괴담’의 최강희를 꼽았다. ‘여고괴담’은 여자 스타의 ‘등용문’ 구실을 할 만큼 신인들의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최강희는 ‘여고괴담’에 등장 ‘해맑은 얼굴에서 드러나는 예상치 못한 공포의 분위기’를 표현한 재능을 인정받았다.

‘원조 호러 퀸’ 하지원은 최강희보다 한 표 적었다. 하지만 ‘폰’을 통해 강한 잔상의 연기력과 흥행면에서 그 힘이 여전히 강하다고 제작자들은 입을 모았다.

‘여고괴담’의 김규리는 두 표를 얻었다. ‘공포의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캐릭터’로서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는 평가다. ‘불신지옥’의 남상미는 내면의 공포와 사실적 연기로 두 명의 지지를 받았다. 이 밖에 ‘월하의 공동묘지’의 도금봉, ‘피막’의 유지인이 꼽혔고 ‘4인용 식탁’의 전지현은 ‘의외의 득표’를 했다.

눈길 끄는 것은 한국 영화에서 인상 깊은 ‘호러 퀸’이 ‘없다’는 응답. 공포영화가 대체로 반전의 스토리를 가진 만큼 신인 연기자를 주로 기용하는 특성과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 ‘여고괴담’ 복도 점프컷, 이보다 무서울 수 없다

한국 공포영화의 명장면으로 무려 12명의 제작자가 이 장면을 택했다. 긴 복도를 배경으로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던 ‘귀신’ 최강희가 ‘두 둥 둥’의 음향과 함께 관객에게 달려들 듯 빠르게 다가오는 점프컷이다. ‘사운드와 화면이 주는 공포의 극대화’, ‘제작환경의 제약을 뛰어넘은 연출력’이 가져다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장화, 홍련’의 옷장 귀신이 몸을 뒤틀며 긴 그림자처럼 나타나는 장면은 목을 꺾는 음향효과와 함께 커다란 공포를 자아냈다. 세 명의 제작자가 이 장면을 꼽았다. 동명의 일본영화를 리메이크한 ‘링’의 유명한 ‘TV귀신’도 원작 못지않은 공포로 두 표의 지지를 받았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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