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웃어야 환한 웃음인지 애매하시죠잉? 저처럼 웃으면 됩니다잉!“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를 이끌고 있는 최효종. 얼굴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실력은 비범하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트위터@binyfafa
개그 쳤다 하면 무조건 대박
“운이 좋았던 거죠” 겸손하기까지…
진짜 애정이 간다, 이 남자
‘공공장소에서 스킨십, 어디까지 허용될까요?’
“자, 애정남이 지금부터 정리 들어갑니다잉. 공공장소에서 애정 행각은 손잡고 어깨동무까지는 괜찮습니다잉! 그런데 키스는 절대 안됩니다잉! 길 걸을 때도 허리에 손 올리는 것 괜찮습니다잉. 그런데 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넣는 건 안됩니다잉. 우리들끼리의 아름다운 약속이니까 협조 부탁드립니다.”
어겼을 경우 경찰이 출동해야 하거나 쇠고랑을 차지는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꼭 지켜야 할 것 같은 규칙들. 바로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하 애정남) 최효종(25)이 정해주는 ‘우리들만의’ 약속이다.
개그맨 최효종, 이원구, 신종령, 류근지가 한 팀이 되어 선보이는 ‘애정남’은 우리 주변의 모호한 기준들을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해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애정남’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최효종은 “처음에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법정 코너를 기획했다”며 코너의 탄생 비화를 귀띔했다.
“개그를 가미한 헌법을 만들자는 의도로 회의를 시작했는데 좀 더 부드러운 소재가 재미있겠더라고요. 예컨대 마트에 가서 시식을 할 때 몇 개 이상을 먹어야 미안하지 않은지, 연인과 헤어졌을 때 얼마나 지나야 새로운 연인을 만나도 되는지. 정말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 고민하는 일들에 대해서 정의를 내려주자고 얘기한 게 코너로 발전했어요.”
‘애정남’ 가운데 네 명의 개그맨들 중 유독 최효종에게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최효종은 “미안하기 시작하면 진짜 미안해지는 거다”며 ‘코너장’으로서 책임감을 털어놨다.
“코너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제가 이슈가 되는 거와, 코너가 인기가 없고 모두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 중 뭐가 나을까요? 전자가 훨씬 좋잖아요. 동료들한테 미안하다기보다는 고마워요. 어떻게 하면 좀 더 공감을 주고 재미있는 개그를 만들까 고민하는 게 제 역할인 것 같아요.”
‘애정남’의 키 포인트인 ‘공감 개그’에는 멤버들의 실제 경험이 한 몫을 했다. 특히 연애와 관련해서는 2년 넘게 만나온 최효종의 여자친구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돈 없고 가난할 때 여자친구를 만났어요. 돈을 아끼기 위해 궁상맞은 데이트도 해봤고 그 동안 만나오면서 많은 경험을 했죠. 제 개그의 원동력은 여자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최효종은 그동안 ‘개그콘서트’에서 ‘독한 것들’ ‘행복전도사’ ‘남성인권보장위원회’ ‘트렌드쇼’, 그리고 지금의 ‘애정남’까지 아이디어만 냈다 하면 대박 코너로 이어졌다. 그래서 개그맨들 사이에서 그의 별명도 ‘아이디어 뱅크’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비결에 대해 그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해 했다.
“코너를 짜면서 ‘이건 대박날 것 같다’ 그런 생각은 안 해요. 그저 주변에서 하는 얘기를 잘 듣고, 해보라고 하는 건 다 해보는 편이예요. 그게 결국은 아이디어가 되더라고요. 인복이 많은 거죠 뭐.”(웃음)
누리꾼들과의 소통을 개그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최효종만의 비법이다. ‘애정남’ 역시 게시판에 남긴 누리꾼들의 사연과 의견을 코너에 반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흥’이 많잖아요. 그래서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정말 본인들이 개그 코너를 짜는 것처럼 진지하게 쓴 글들도 많아요. 심지어는 개그맨인 저를 웃기시려는 분들도 있다니까요.”
지금은 소위 ‘잘 나가는’ 개그맨이 됐지만 2∼3년 전만 해도 그는 개성이 없고 밋밋한 캐릭터로 진로를 고민하기까지 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선배 개그맨 김병만이었다.
“김병만 선배가 어느 날 무심코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너처럼 평범해보이고 어수룩한 캐릭터가 개그맨으로서 오래 살아남는 거야. 너의 평범한 캐릭터를 무기로 삼아봐’라고요. 선배는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제게는 그 한 마디가 개그맨 생활을 바꾸게 된 계기가 됐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선배가 박영진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리얼 버라이어티 등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하기보다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오래도록 남고 싶다는 최효종은 10년 쯤 뒤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토크쇼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신동엽 선배가 출연하셨던 ‘헤이헤이헤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개그 버전이라고나 할까요? 밤 늦은 시간에 방청객들을 초대해서 개그도 보여주고 얘기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나이 마흔쯤에 진행해보고 싶어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