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청순 가련한 배우? 난 강단있는 배우!”

입력 2012-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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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울링’에서 강인한 여형사를 연기한 이나영은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것 같다”며 새 영화에서의 변신을 반겼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하울링’ 헤로인 이나영

스릴러 속 여배우, 단순한 이미지로 남긴 싫어
오토바이 타며 몸 사리지 않고 액션 연기
유하 감독의 수없는 NG외침에도 집중력 발휘
난, 내가 창피하지 않은 연기를 할 뿐이다


연기자라면 누구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작품을 한 두 편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이나영에게는 16일 개봉하는 영화 ‘하울링’(감독 유하·제작 오퍼스픽처스)일 듯싶다. ‘하울링’(howling)은 영어로 늑대가 울부짖는 소리 혹은 그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는 늑대와 개의 교배종인 ‘늑대개’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면서 이를 파헤치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나영은 남자들 혹은 마초들의 세계에 뛰어든 여형사. 극중 동료들의 차별을 참아가며 파트너 송강호와 교감하는 사이 사건을 해결해간다.

이나영의 연기활동에 ‘하울링’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우선 그의 말처럼 “나를 깎게 해준 영화”인 덕분이다. 이나영은 ‘하울링’에 대해 “그동안 쉼없이 내달려오는 동안 날 돌아보게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을 채우는 데 뭔가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받아든 ‘하울링’ 시나리오. 스스로에게 지루함을 느끼고 있던 순간이었다. “누군가 날 꽉 조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고 이나영은 돌아봤다.

스릴러라는 장르 속 치열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형사역으로 이나영은 자신을 담금질하며 달렸다.

“나영이는 화를 안 내”라며 수없이 NG를 외친 유하 감독으로 인해 더욱 집중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하면서 얻은 보람. 그것은 여성 캐릭터가 전면에 나서 “장르는 장치에 불과한 느낌”을 갖게 해준 감독과 선배 송강호와의 호흡이었다.

그리고 이는 “장르영화의 다양한 시도라는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졌다”고 이나영은 말했다. ‘하울링’에서 이나영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동료 남자 형사들의 차별을 견뎌내야 하는 인물을 맡았다. 차별은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더욱 생채기를 내지만 이나영은 스크린 속에서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


● “여배우를 그저 이미지로만 보는 시선, 중심 잘 잡고 가야 한다”

이나영은 마치 극중 캐릭터처럼 여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보였다. 그는 “여배우를 그저 이미지화한다면 개인으로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며 그럴수록 “중심을 잘 잡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가 말하는 중심은 단연 작품이다.

특히 최근 들어 “여배우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마당은 멜로, 로맨틱 코미디, 아니면 공포영화 정도로 국한되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 평가한 이나영은 그런 점에서 스크린 속 자신과 자신의 영화가 더 반갑다.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그만큼 다양해지는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또 “거하게 살지 않는”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소소하고 평범한 생활, 그리고 일에만 집중하는,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 적당한 “긴장감과 불안감 그리고 설렘이 반복되는 일상”, 그것이 어디 배우들의 생활 뿐일까.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오로지 내게 원하는 이미지일 뿐”이라는 이나영은 그럴수록 “내 것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강단이 있다”고 생각하는 배우 이나영. 누가 뭐래도 “내가 봤을 때 창피하지 않은, 또 몸 사리지 않는” 연기로서 나아갈 뿐이다.

오토바이를 몰고 거리를 질주하는,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액션 연기를 펼치면서도 이나영은 그렇게 몸을 사리지 않았다. “여배우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게 아니겠느냐”면서 그녀 특유의 발랄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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