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 “강호동 하차때 가장 힘들었다”

입력 2012-0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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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가까이 일요일 예능 최고의 자리를 지켰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야전사령관이자 ‘제7의 멤버’였던 나영석 PD.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

■ ‘1박2일’ 떠나는 나영석 PD…4년6개월의 ‘1박2일’ 추억

2007년 충북 영동서 첫 “1박2일!”
그 함성소리 생각나 울컥…

평생 받기 힘든 사랑 받았다.
모든 걸 던져준 출연진들 덕분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작은 ‘나가수’
이루지 못한 미션은 북한 방문

잊지 못할 사람들…
난, 영원한 ‘1박2일’ PD다!


2007년 8월5일 충북 영동에서 처음으로 “1박2일!”을 외칠 때 오늘을 생각하진 못했다. 그리고 2012년 2월11일, 전북 정읍에서 마지막으로 “1박2일”을 외칠 때는 4년6개월 전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KBS 2TV ‘해피선데이’ 인기 코너 ‘1박2일’ 시즌1의 첫 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한 나영석 PD. 마지막 녹화를 마치고 스태프들과 2박3일 여행을 다녀온 그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 마지막 방송 고마운 사람들만 생각나더라

나 PD는 “4년 넘게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끼리 마지막을 맞으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며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강호동 씨 생각이 많이 났다. 처음 ‘1박2일’을 우렁차게 외치던 모습도 그립고…. ‘1박2일’은 강호동 DNA가 묻은 프로그램이지 않나. 지상렬, 노홍철도 떠올랐다.”

예능 트렌드가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는 방송가에서 ‘1박2일’은 햇수로 5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다. 나 PD는 가장 먼저 시청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을 오랫동안 받기는 쉽지 않다. 고맙다는 말로는 사실 부족하다. ‘1박2일’을 하면서 평생 받기 힘든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는 또한 프로그램 멤버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5년 동안 떠나간 사람도, 떠나야 했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 ‘1박2일’에서 희생을 택한 고마운 사람들이다.

“연예인 개인적으로는 분명 유지해야 할, 또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예능이다 보니 때로는 다르게, 과장되게 보일 때도 있었는데 모든 걸 던져줬다. 감히 희생이라 말하고 싶다.”

# 강호동 하차 위기 팀워크로 버텼다

375회까지 오는 동안 시즌1은 숱한 고비를 맞았다. 초기 대본 논란, 출연자의 흡연 장면 노출, 멤버의 뜻하지 않은 도중하차까지. 그 중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둘. 지상렬과 강호동의 하차였다.

지상렬은 나 PD가 ‘1박2일’을 맡은 후 처음으로 하차한 멤버였다. 그래서 충격도 컸고 힘들었다. 강호동의 자진 하차는 사실상 프로그램의 가장 큰 고비였다.

“그래도 잘 넘기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 PD는 “넘겼다기보다 버틴 거다”고 대답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는 생각으로. 메인 진행자의 부재라는 긴급 상황을 견딜 수 있던 것은 멤버들의 단단한 팀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나 PD는 이와 함께 시즌1에서 이루지 못해 아쉬운 미션으로 북한 방문을 꼽았다.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고 싶었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예능에서라도 해보고 싶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으로 일종의 사명감이라고 할까.”

# ‘무한도전’ 김태호 PD과 라이벌?

‘1박2일’을 연출하는 동안 나 PD는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늘 비교대상이 됐다.

그는 김태호 PD에 대해 “시청자는 그의 천재성을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나는 그 천재성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노력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같은 일을 하는 연출자로서 그가 느낄 스트레스나 고단함이 보인다”며 “매 회 다른 아이템으로 8년을 걸어온 김 PD는 정말 대단한 연출가”라고 평가했다.

‘1박2일’은 5년 동안 일요일 예능의 최강자였다. 그 위치를 위협한 경쟁작도 많았다. 그 중 나 PD를 가장 긴장시킨 프로그램은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이소라나 임재범이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너무 당연해 보지 못하고 있던 카드를 김영희 PD가 꺼냈다. 원래 빛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던 보석들을 다시 빛나게 한 것이다. 정말 좋은 기획은 무에서 유가 아니라 유에서 새로운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 꼬리표? “나는 영원한 ‘1박2일’ PD다”

26일 시즌1 이후 나 PD는 새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는다. 하지만 그에게 ‘1박2일’은 영원히 함께 할 수식어다. 나 PD는 “행복한 꼬리표가 되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반문했다.

“앞으로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무조건 ‘1박2일’과 비교될 것이다. 그 비교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하지만 좋은 면만 생각하고 보려고 한다. 그게 바로 내가 ‘1박2일’을 통해 배운 것이기도 하니까.”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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