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형 세단의 자존심, K9 시승기

입력 2012-05-10 09: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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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일대의 해안 도로를 달리는 K9의 역동적인 외관. 사진제공|현대기아차

이제는 국산 대형 세단이 최고급 럭셔리 세단인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기아차 K9의 탄생 덕분이다. 기아차는 K9을 출시하면서 ‘우리의 상대는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라고 명백히 밝혔다. 9일 강원도 양양 일대에서 열린 기아차 K9 시승행사를 통해 그 자신감의 실체를 속속들이 경험해봤다.


● 미래지향적인 스타일

대형 세단은 스타일, 성능, 감성 품질은 물론 그 차를 소유할 때 얻는 자부심을 모두 만족시켜야한다. 이른바 명차의 조건이다.

먼저 스타일을 살펴보자. K9은 전형적인 세단의 이미지에 속도감, 미래지향적 스타일,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덧입혔다.

K9은 헤드램프를 그릴보다 높게 위치시켜 강인한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릴을 기점으로 바깥으로 확산되는 라인과 면의 흐름을 통해 속도감을 강조했다. 백미는 헤드램프다. 스퀘어(사각)를 모티브로 삼았고, 파트별로 무광, 유광 소재를 교차해 입체감을 부여함과 동시에 하이테크 이미지를 구현했다. 마치 섬세하게 세공된 보석을 보는 듯하다. 사이드 미러도 독특하다. 사이드 미러 전체를 감싸는 부드러운 선의 이미지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실내 디자인도 외관의 느낌과 상통한다. K9의 실내를 디자인하면서 개발팀은 ‘내장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최고급 감성을 전달하느냐’를 포인트로 삼았다. 고심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를 모티브로 디자인 됐다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안락함, 직관적으로 사용 가능한 버튼들, 손에 닿고 잡히는 모든 부분의 감촉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감성 품질 만족도를 높였다. 차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소유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를 연상시키는 K9의 전후석 시트. 사진제공|현대기아차


K9의 메인 데쉬보드 이미지. 첨단 기술이 집약되 있으면서도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고, 감성 만족도를 극대화 시켰다. 사진제공|현대기아차



● 나는 보호받고 있다! 첨단 사양의 총 집합

K9은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다. 현존하는 첨단 옵션이 빠짐없이 채워져 있다. 옵션으로만 놓고 보자면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를 훌쩍 뛰어넘는다. 운전을 하면서 가장 편리하다고 느낀 몇 가지 사양만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운전석 앞 유리창을 통해 다양한 주행 정보를 표시해주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BMW 보다 한 단계 발전해 있다. BMW가 4색의 단순한 그래픽만 표현했다면, K9은 6.5색의 입체감 있는 그래픽을 제공한다. 다양한 도로 주행 정보는 물론 후측방 경보시스템까지 HUD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을 들여다 볼 필요 없이 주행 전방만 확인하면서도 네비게이션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된다.

후측방 경보 시스템도 매력적이다. 후방에서 차량이 고속으로 달려오면 레이더를 통해 감지해 사이드 미러 경고등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경고등, 경보음, 시트 진동 경보 등 시각, 청각, 촉각 등 입체적인 경고 시스템이 작동한다. 사각지대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다. 차선 이탈 시에도 마찬가지 시스템이 작동해 졸음운전이나 부주의 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해 준다.


● BMW는 상어, 벤츠는 범고래, K9은 돌고래

흔히 BMW는 상어, 벤츠는 범고래에 비유한다. BMW를 운전하는 느낌은 기민하고 민첩하며, 먹이를 놓치지 않는 상어처럼 질주한다. 벤츠는 범고래다. 마치 도로를 유유히 유영하는 듯한 안정감이 돋보인다. K9은 돌고래다. 상어와 고래의 장점을 적절히 섞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K9은 후륜구동 V6 GDI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300마력의 출력과 10.7km라는 연비를 구현했다. 이날 시승한 3.8 모델의 주행 성능은 수치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의 만족도를 선사했다. 실용 가속 영역에서는 놀랄만큼 정숙하고 민첩했다.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BMW 7시리즈나 벤츠 S클래스와 비교해도 승차감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고속 주행시에도 정숙성과 안정감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는 그대로 아무런 무리 없이 지면을 움켜쥐며 포효하듯 질주했다.

종합해보면 BMW나 벤츠의 엠블럼이 주는 감성 만족을 제외할 때 K9은 이 차량들과 당당하게 경쟁을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풀옵션 가격은 경쟁 차종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K9의 판매가격은 3.3 모델의 경우 프레스티지 5,290만원 노블레스 5,89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6,400만원이며, 3.8 모델은 프레스티지 6,340만원 프레스티지 스페셜 6,850만원 노블레스 7,23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7,730만원 프레지던트 8,640만원이다.

옵션과 주행성능은 경쟁 차종에 비해 손색이 없거나 능가하는 K9의 유일한 장벽은 경쟁 브랜드가 지닌 오랜 신뢰와 이미지다. 하지만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양양|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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