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 나영석 PD “할배들 티격태격…아버지 생각나죠”

입력 2013-07-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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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 사진제공|CJ E&M

■ 요즘 뜨는 예능 ‘꽃보다 할배’ PD가 전하는 현장이야기


“인기예감? 전혀, 불안감만 있었죠”


KBS 2TV ‘1박2일’을 ‘국민예능’의 반열에 올려놓고 자리를 떠난 지 1년 반의 시간이 지났다. 전작이 화려했기에 부담감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것보다 새 직장이 원하는 임무를 해내야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회의를 반복해 ‘꽃보다 할배’를 내놓았다. 나이 지긋한 네 명의 배우들과 젊은 이서진의 조합. 신선을 넘어 파격이었다. 좌충우돌 네 ‘할배’의 모습에 시청자는 매료됐다. 케이블채널 사상 최초로 4%를 넘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조마조마했다. 젊은 층이 주로 보는 TV에 어르신이 주역으로 나온다는 데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것을 원한다. 재미가 전부가 아닌 어르신들의 연륜이 드러난 부분에서 신선하다는 평을 받은 것 같다.”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라는 인물의 조합을 나영석 PD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여행 프로그램으로 콘셉트를 결정하고 가장 먼저 이순재를 떠올렸다. 나머지 세 명으로부터 출연 승낙을 받아내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형님 출연한대? 그럼 나도 할게”라는 대답을 차례로 받았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이 잘 되든 안 되든 어르신들에게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그래서 이서진을 투입했다. ‘할배’들끼리 여행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어르신만 갔다면 위기상황이 더 많아 방송을 보는 재미는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힘들다 보면 어느 순간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자신들을 챙겨주는 이서진에 의지하면서 어르신들은 다른 것 없이 진짜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기시길 바랐다.”

그는 “다행히 젊은 짐꾼(이서진)이 있어서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고 있다”고 웃으며 현장에선 “우리 아버지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길을 잘 못 찾고, 잘 모르니 맛없는 음식을 주문하고 누구 혼자만 앞서 걸어가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는 자신들의 아버지를 본다.

나영석 PD는 그렇게 시청자와 공감하며 “인생 마지막 추억”을 쌓고 있는 노년의 여행객들에게 촉촉한 눈망울의 미소를 보낸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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