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더 깊어진 죽음의 유혹…뮤지컬 ‘엘리자벳’

입력 2013-07-30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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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의 모든 공연이 끝나는 순간 관객들이 기립박수와 환호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엘리자벳 옥주현은 손으로 눈물을 훔쳤고 원작자 실베스터 르베이는 흥이 난 듯 ‘마지막 춤’을 따라했다. 26일 개막한 뮤지컬 ‘엘리자벳’의 첫 마무리였다.

죽음조차 사랑에 빠진 ‘엘리자벳’은 관객들의 마음도 빼앗았다. 19세기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후의 일대기를 판타지적 요소인 ‘죽음(Tod·토드)’이라는 캐릭터를 추가하여 만든 ‘엘리자벳’은 더 화려하고 거대하게 탄생됐다. 2012년 초연에 이어 올해 2번째 막을 올린다.

일단 화려한 무대에 눈이 호강하고 뒤이은 배우들의 노래에 귀가 호강한다. 오스트리아 왕가의 호화스러운 궁정을 배경으로 한 엘리자벳의 무대는 화려하다. 또 이중 회전무대, 3개 리프트 무대장치는 극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모차르트!’로 실베스터 르베이와 미하엘 쿤체 콤비가 만든 음악은 더 강해졌다. 클래식 오케스트라를 기반으로 죽음이 부르는 팝적인 음악은 신비로운 느낌마저 난다. 이번에는 지난해 공연에 공개되지 않았던 ‘사랑과 죽음의 춤’이라는 넘버가 ‘모두 반가워요’의 한 부분으로 추가됐다.

스토리는 아쉽다. 죽음과 엘리자벳이 맺어가는 사랑이 생각보다 깊지 않다. 오히려 시댁에 시달리는 며느리의 모습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엘리자벳의 모습이 더 많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그 아쉬움을 덜어준다. 그 만큼 ‘엘리자벳’에는 일단 믿고 보자는 배우들이 많다. 옥주현, 김준수, 박은태, 민영기, 이정화 등 초연배우들과 함께 김소현, 박효신, 이지훈, 김이삭, 노지훈 등 실력파 배우들이 더해졌다.


옥주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하기 미안할 정도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두 말 할 것 없고 극을 이끌어가는 힘이 상당하다. 옥주현은 소녀 씨씨(엘리자벳의 어린시절 이름)가 19세기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왕후가 돼 죽음에 이르기까지 흐름을 잘 이어간다. 새로운 엘리자벳 김소현은 뮤지컬 마니아가 가장 원하는 엘리자벳으로 뽑혀 옥주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배우다.

토드는 색깔이 다양하다. 초연배우 김준수는 명불허전이다. 프레스콜에서 “무대가 정말 그리웠다”는 김준수의 열정이 쏟아진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해외활동으로 많은 연습을 못했지만 완벽하게 동선을 외워 동료배우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효신의 모습도 놀랍다. 소몰이는 사라지고 뮤지컬배우 박효신이 나타났다. 그의 노래에서 로커의 냄새가 춤에서는 아이돌의 모습이 뿜어져 나온다. 배우 전동석도 새로운 토드로 활약하며 작년‘황태자 루돌프 역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엘리자벳’의 백미는 루케니다. 엘리자벳과 토드가 이야기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면 루케니는 틈을 채워 더욱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박은태는 무대와 관객을 휘어잡는다. 그의 풍부한 성량은 대극장도 좁은 것 같다. 새로운 루케니에 이지훈도 합류한다. 이미 ‘에비타’에서 해설자 역할을 해본 이지훈은 색다른 모습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이 외에도 프란즈 요제프의 민영기, 대공비 소피의 이정화, 황태자 루돌프의 김이삭 노지훈 등이 출연한다. 7월 26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6391-6332)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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