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실험용’ 파일럿 프로그램 우르르…왜?

입력 2014-05-09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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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다’, ‘SNS 원정대-일단 띄어’, ‘별 바라기’(위부터 순서대로). 사진|KBS2 방송캡처·SBS·MBC

시청률등 따라 정규편성 결정
프로그램 고령화 막기 고육책


‘그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 대체 누굴 위해 만드나?’

KBS 2TV ‘나는 남자다’ ‘미스터 피터 팬’ ‘두근두근 로맨스 30일’ ‘밀리언셀러’ ‘역지사지’, SBS ‘매직아이’ ‘도시의 법칙’ ‘SNS 원정대-일단 띄어’, MBC ‘연애조난자 구출 작전:연애고시’ ‘별 바라기’ ‘백 투 더 스쿨’ ‘7인의 식객’….

최근 지상파 방송 3사가 내놓은 파일럿(Pilot) 프로그램이다. 각 방송사별로 봄철 프로그램 개편에 맞춰 적게는 3편, 많게는 5편씩 ‘실험 삼아’ 제작했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것도 있고, 일부는 방송 이후 시청자 호평이 잇따라 정규 편성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파일럿 대전’이라고 말할 정도로 올해 유난히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에도 철마다 1∼2편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제작됐지만 이처럼 많은 편수는 아니었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에 앞서 미리 방송해 시청자나 광고주의 반응을 살피기 위한 것이다. 방송 이후 반응이 좋지 않으면 일회성으로 막을 내리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규 편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제작비도 평균치의 2배다. 게다가 고작 1∼2편만 정규 편성되는 상황. 일부에선 그 ‘무용론’을 제기한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나오는 걸까.

방송사들은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저마다 비슷한 속사정이 있다. ‘프로그램 고령화’와 ‘스타 PD 중심의 형평성 논란’ 등을 막기 위해서다.

KBS 예능국 관계자는 “정규 편성이 되면 시청자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해서 쉽게 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실험용’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편”이라면서 “또 내부 PD간의 기획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MBC 예능국 관계자도 “일단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고, (성공)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라며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이면 그 중 몇 편은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양한 연출자의 제작 의욕과 사기를 높이기 위함도 있다”면서 “경쟁사가 파일럿 프로그램을 계속 선보이는데 우리만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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