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끝까지 간다’로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진출한 김성훈 감독.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눈에 띄는’ 혹은 ‘가능성이 보이는’ 신예 감독이거나, ‘역시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유명 감독이거나, 그도 아니면 ‘관록’이란 수사가 붙는 거장 감독이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로 무대를 한정해 놓는다면 이 같은 공통분모는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5~6년 동안 칸에 진출한 연출자는 이창동, 임상수,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감독 등이었다.
8년 만에 연출 영화를 내놓은 김성훈 감독의 칸 진출은, 그래서 뜻밖이다.
2006년 만든 연출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흥행은커녕 관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도 받지 못했다. 8년의 공백은 그렇게 시작됐다. 김성훈이란 이름을 영화감독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드물었다.
그가 ‘끝까지 간다’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영화계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건 어쩌면 당연했다. 이선균과 조진웅이 주연했지만 소위 ‘감독 프리미엄’도 낮았다. 그런 영화의 가치를 먼저 발견한 곳은 칸국제영화제, 그 중에서도 신선하고 기발한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감독주간’에서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오후 8시 칸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 직전, 그는 칸을 찾은 각국의 취재진에게 자신의 영화를 처음 소개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시사회를 마치고 돌아온 김 감독은 “좀 느끼한 말이지만 칸이니까 하게 된다”며 “밤을 밝히는 건 초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마치 ‘선문답’ 같은 이 말은, 그가 보낸 결코 짧지 않은 8년의 시간을 돌이키던 때에 나왔다.
“마치 고시공부를 하듯 영화에 몰두했다. 늘 즐겁지 만은 않았다. 그래도 가다보면 끝이 보일 것 같아 달려왔다.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 밤을 밝히는 건 초 하나면 충분하니까.”
이날 기자 시사회를 포함해 두 차례에 걸친 ‘끝까지 간다’ 상영 동안 객석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이 터졌다. 속도감 있는 액션 장르 안에 현실을 비트는 유머를 녹여 넣은 방식이 적중했다.
“영화 번역이 잘 돼서 그런지 많이 웃더라. 특히 한국 공무원의 특수한 상황을 묘사한 장면에서까지 웃는 걸 보고는 많이 놀랐다. 프랑스 기자한테 물어보니 공무원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하하!”
김 감독이 ‘끝까지 간다’를 처음 구상한 건 2008년 초. 이후 7년 반 동안 “오직 영화에만 집중해왔다”고 그는 말했다. 개봉을 위해 달렸을 뿐, 칸국제영화제 진출은 꿈도 꾸지 않았던 일. 뜻밖에도 영화제에 출품한지 단 3일 만에 ‘진출 확정’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칸에 도착한 직후 ‘감독주간’을 담당한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 초청했느냐’고.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재미있으니까’. 그것뿐이었다. 나는 칸국제영화제가 클래식 장르라면 우리 영화는 마치 팝 같다고 여겼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칸은 단지 관객이 재미있어 할 만한 영화를 소개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 감독에 칸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러 나라 관객들과 ‘끝까지 간다’를 함께 보고 싶다. 사실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끌린다.(웃음)”
‘끝까지 간다’는 국내서 29일에 개봉한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개봉에 앞서 열린 각종 시사회를 통해 호평 받고 있지만 김 감독은 “아직 관객 평가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 다음 작품을 또 찍겠다는 희망은 그저 욕심일 뿐”이라고 했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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