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여기는 칸] 김성훈 감독의 ‘끝’이 궁금한 이유

입력 2014-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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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까지 간다’로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진출한 김성훈 감독.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해외 영화제에 진출하는 감독들은 대게 비슷한 분모로 묶인다.

‘눈에 띄는’ 혹은 ‘가능성이 보이는’ 신예 감독이거나, ‘역시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유명 감독이거나, 그도 아니면 ‘관록’이란 수사가 붙는 거장 감독이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로 무대를 한정해 놓는다면 이 같은 공통분모는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5~6년 동안 칸에 진출한 연출자는 이창동, 임상수,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감독 등이었다.

8년 만에 연출 영화를 내놓은 김성훈 감독의 칸 진출은, 그래서 뜻밖이다.

2006년 만든 연출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흥행은커녕 관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도 받지 못했다. 8년의 공백은 그렇게 시작됐다. 김성훈이란 이름을 영화감독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드물었다.

그가 ‘끝까지 간다’를 연출한다고 했을 때, 영화계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던 건 어쩌면 당연했다. 이선균과 조진웅이 주연했지만 소위 ‘감독 프리미엄’도 낮았다. 그런 영화의 가치를 먼저 발견한 곳은 칸국제영화제, 그 중에서도 신선하고 기발한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감독주간’에서다.

한국시간으로 18일 오후 8시 칸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인터뷰 직전, 그는 칸을 찾은 각국의 취재진에게 자신의 영화를 처음 소개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시사회를 마치고 돌아온 김 감독은 “좀 느끼한 말이지만 칸이니까 하게 된다”며 “밤을 밝히는 건 초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마치 ‘선문답’ 같은 이 말은, 그가 보낸 결코 짧지 않은 8년의 시간을 돌이키던 때에 나왔다.

“마치 고시공부를 하듯 영화에 몰두했다. 늘 즐겁지 만은 않았다. 그래도 가다보면 끝이 보일 것 같아 달려왔다. 아주 희미한 빛이라도 밤을 밝히는 건 초 하나면 충분하니까.”

이날 기자 시사회를 포함해 두 차례에 걸친 ‘끝까지 간다’ 상영 동안 객석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이 터졌다. 속도감 있는 액션 장르 안에 현실을 비트는 유머를 녹여 넣은 방식이 적중했다.

“영화 번역이 잘 돼서 그런지 많이 웃더라. 특히 한국 공무원의 특수한 상황을 묘사한 장면에서까지 웃는 걸 보고는 많이 놀랐다. 프랑스 기자한테 물어보니 공무원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하하!”

김 감독이 ‘끝까지 간다’를 처음 구상한 건 2008년 초. 이후 7년 반 동안 “오직 영화에만 집중해왔다”고 그는 말했다. 개봉을 위해 달렸을 뿐, 칸국제영화제 진출은 꿈도 꾸지 않았던 일. 뜻밖에도 영화제에 출품한지 단 3일 만에 ‘진출 확정’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칸에 도착한 직후 ‘감독주간’을 담당한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왜 초청했느냐’고.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재미있으니까’. 그것뿐이었다. 나는 칸국제영화제가 클래식 장르라면 우리 영화는 마치 팝 같다고 여겼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칸은 단지 관객이 재미있어 할 만한 영화를 소개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 감독에 칸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러 나라 관객들과 ‘끝까지 간다’를 함께 보고 싶다. 사실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끌린다.(웃음)”

‘끝까지 간다’는 국내서 29일에 개봉한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개봉에 앞서 열린 각종 시사회를 통해 호평 받고 있지만 김 감독은 “아직 관객 평가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 다음 작품을 또 찍겠다는 희망은 그저 욕심일 뿐”이라고 했다.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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