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의 여기는 칸] 송혜교, ‘미국’ 아닌 ‘중국’인 이유

입력 2014-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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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연을 맡은 중국영화 ‘태평륜’ 제작발표회를 연 배우 송혜교. 한국시간으로 18일 밤10시 칸 해변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능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간다고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무심한 듯 꺼낸 말이었지만 솔직했다.

배우 송혜교(32)는 한 때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아시아 한류스타로 인정받으면서 뒤따른 관심이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넓은’ 미국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욕심도 내지만 송혜교는 꾸준히 중국으로 시선을 줬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할리우드는)욕심이 없다”고 송혜교는 말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한 “흘러가는 대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살고 싶다”는 가치관도 한 몫을 했다. 프랑스 칸에서 만나, 묻고, 들은 송혜교의 생각이다.

한국시간으로 18일 밤 10시. 칸 시간으론 오후 3시. 지구 반대편 칸의 날씨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태양이 내리 쬈다. 한 낮 해변의 한 카페에서 송혜교를 만났다.

중국영화 ‘태평륜’ 주연 자격으로 칸을 찾은 그는 장쯔이, 금성무 등 동료 배우들과 현지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졌고 이튿날인 18일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소화했다. 실내·외에서 번갈아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혜교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은 채 나섰다. 뜨거운 햇볕은 그의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다.

먼저 ‘왜 중국영화’냐는 질문부터 나왔다.

“스무 살 때부터 중국 쪽 일을 해왔다. 난 흐르는 대로 가는 게 좋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최선을 다하면서.”

‘태평륜’은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두 번째 중국영화다. 지난해 개봉한 첫 주연작 ‘일대종사’는 그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선정됐다. 이들 두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은 ‘거장’으로 통하는 우위썬(오우삼), 왕자웨이(왕가위). 송혜교는 이들과 작업한 뒤 “배우로 성숙한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경험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아갔을 느낌이다.

송혜교가 두 감독과 나눈 신뢰의 깊이는 이들 감독을 설명하는 데서 엿보였다. 우위썬 감독은 “아버지”에 비유했고, 왕자웨이 감독은 “외삼촌 같다”고 했다.

“우위썬 감독은 한국 촬영 현장의 감독들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일단 촬영 시기가 정해지면 그 기간에 예정한 일정을 모두 소화한다. 중국 현장에선 외국인이던 내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도록 가장 많이 배려해준 사람도 감독님이다.”

‘일대종사’로 먼저 만난 왕자웨이 감독은 수 없이 다시 찍기를 반복했다. “내가 출연한 영화들에서 보여준 모습이 조금이라도 엿보일라치면 가차 없이 ‘컷’을 외쳤다. 내게서 보이지 않는 모습을 찾아내려고 했다. 감독님은 세심하게 나의 내면을 이끌어냈다.”

촬영에 참여한 기간에 비해 출연 비중이 적었던 ‘일대종사’와 달리 ‘태평륜’에서 송혜교는 장쯔이와 더불어 이야기를 이끄는 한 축을 이룬다. 현재 막바지 촬영이 진행 중인 영화는 제작비만 600억 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19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

영화에서 송혜교는 “티 없이 자란 금융가의 딸이자 맑고 밝은 성격의 여인”을 연기했다. 물론 평면적인 인물은 아니다. 남편을 잃고 겪는 시련 속에서 점차 성숙해 가는 인물이다. 대사는 모두 중국어로 소화했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주연을 맡은 중국영화 ‘태평륜’ 제작발표회를 연 배우 송혜교. 한국시간으로 18일 밤10시 칸 해변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 “이제야 연기에 욕심이 생긴다”…무협 장르도 원해

정확히 6년 전 5월. 송혜교는 칸을 처음 찾았다. 그 때도 우위썬 감독과 함께였다. ‘태평륜’의 제작을 처음 알리는 자리. 당시만 해도 당장 영화 촬영을 시작할 줄로 알았지만 여러 이유로 시간은 흘렀다. 그렇게 송혜교는 6년 만에 다시 칸을 찾아 영화의 완성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제 송혜교의 눈은 다시 국내로 향한다. 당장 9월에 주연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을 내놓는다. 최근까지 이 영화 촬영에 몰두한 그는 동갑 친구인 강동원과 함께 모성과 부성 그리고 사랑으로 얽힌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런 송혜교는 “일하는 재미가 이제야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쉬고 싶지 않다”고는 말도 했다.

“국내서 한 작품을 끝내고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다시 돌아와 연기활동을 하는 방식이 좋다. 지금 나에겐 중국이든 한국이든,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농담반 진담반”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송혜교는 “무협 영화에 욕심이 난다”고 했다. 몸이 혹사당하는 와이어 액션이 반드시 필요한 무협 영화는 여배우들이 꺼리는 대표적인 장르이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일하는 재미’가 없다면 감히 욕심내기 어려운 장르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벌써부터 관심이 생기는 이유다.

송혜교가 칸에서 보낸 시간은 3박4일. 분주한 일정 탓에 “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그가 내심 꿈꾸는 ‘칸국제영화제에서의 하루’는 다음과 같다.

“칸 해변에 누워서 하루 종일 책을 보고 싶어요. 나중에 저에게도 그런 여유가 있는 날이 오겠죠?”

칸(프랑스)|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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