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여기는 칸] 송새벽·김성령 “칸, 상상도 못했던 행운”

입력 2014-05-2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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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칸 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은 김성령(윗사진)이 20일 밤(이하 한국시간) 칸의 해변가 피빌리온에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뒤 활짝 웃고 있다. 송새벽(아랫사진 가운데)도 이날 오후 6시 영화 ‘도희야’의 배두나, 김새론과 다정하게 카메라 앞에 섰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첫번째 칸, 그래서 더 벅찬 두 배우

송새벽 “뭘 할지 모르겠다” 면서도
신혼 아내 선물 챙기며 부부애 과시

김성령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드레스 등 철저한 준비…축제 만끽


처음으로 경험하는 최고 권위의 영화제. 그래서 더 벅찬 두 배우가 있다. 송새벽과 김성령이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다만 송새벽은 덤덤했고 김성령은 설렘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그렇게 표정은 달랐지만 마음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칸에서 만난 두 배우는 그래도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칸은 그렇게 배우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 송새벽 “다음엔 마음껏 즐겨야지”


송새벽은 ‘도희야’로 제67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영화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계획하지 않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무심한 듯 던진 송새벽의 말이다.

“나는 단순한 편이다.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주변에서 내가 해왔던 영화를 평가해줄 때마다 새삼스럽게 다시 느낀다.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 아니라서 더 그런 것 같다.”

덤덤한 송새벽이지만 ‘도희야’에서 그는 전혀 새로운 인물을 펼쳐낸다. 외딴 바닷가에서 의붓딸에게 가차 없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 이번 영화제 공식 상영 당시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들여다보는 객석에선 어김없이 크고 작은 탄성이 잇따랐다.

송새벽은 “누가 읽어도 한 번에 느낌이 확 왔을 법한 시나리오였다”고 ‘도희야’를 처음 접한 순간을 떠올렸다. 표현하기 모호한 장면에서는 동갑내기인 정주리 감독에게 여러 번 되물었다. 송새벽은 “그래서 (연기를)찾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처음 찾은 칸이지만 그는 마음껏 산책 한 번 할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21일 밤(한국시간)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상영과 레드카펫, 각국 매체 인터뷰가 이어진 탓에 식사시간을 빼면 여유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 송새벽이 가장 먼저 챙긴 건 아내에게 건넬 선물. 지난해 11월 결혼해 여전히 신혼을 만끽하고 있는 그는 칸을 자주 찾은 스태프에게 묻고 물어 ‘여자가 좋아하는 화장품’을 선물로 준비했다.

“칸이 처음이라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던 그는 “다른 영화를 갖고 두 번째 오면 그땐 마음껏 즐기겠다”며 웃었다.


● 김성령 “상상하지 못한 무대, 로망을 이뤘다”

영화제는 축제란 사실을 몸소 실천하는 배우도 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은 영화 ‘표적’의 여주인공 김성령이다. 칸에 오기 전 그는 약 스무 벌의 드레스를 입어봤다. 첫 칸 레드카펫을 위한 준비였다. “칸까지 오리라곤 전혀 생각지 않았다”는 그는 “모든 여배우에게 칸은 로망이지 않나. 현실이 되니 실감 나지 않다”고 했다.

김성령은 ‘표적’을 통해 새로운 여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자신도 “형사 역할을 이렇게 좋아할 줄 정말 몰랐다”고 놀라워한다. 영화에서 그가 소화한 수준급 액션도 긍정적인 평가를 보탠다. 김성령은 “액션스쿨을 다니며 준비해야 했는데 공짜로 운동을 배울 수 있다니 ‘이거다’ 싶었다”며 “액션 장면이 짧아 아쉬웠다”며 소리내 웃었다.

지금까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던 여배우는 대부분 꾸준히 영화에서 활동해온 스타들. 반면 김성령은 영화보다 드라마로 더 친숙하다. ‘표적’을 통해 본격적으로 스크린에서 존재를 알리자마자 칸에 초청받은 건 분명 행운이다.

“운 좋게 다시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결혼과 육아로 포기하는 여배우가 많지만 끝까지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 나이에 참 힘든 일 아니겠나. 하하!”

김성령의 이번 영화제행에 중학생인 아들이 꺼낸 첫 말은 “자유다”는 외침. “내가 없는 집에서 자유를 만끽하려는 모양인데, 어림없다”며 “남편과 주위 가족에게 신신당부를 해놨다”며 너스레를 떠는 얼굴은 영락없는 ‘철저한 엄마’였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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