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김수현. 동아닷컴DB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창바이산 표기 논란으로 문제가 된 헝다그룹의 생수 브랜드 '헝다빙촨' 광고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모델로 활동하게 된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이들은 "창바이산 표기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서로 인정했다"며 "더이상의 오해와 억측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번 생수 모델 논란을 마무리 짓고자 했다.
하지만 생수 모델 논란에 대처하는 김수현과 그의 소속사가 보여준 행동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키이스트 측은 최초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헝다빙촨이라는 제품명만 알고 촬영을 했다. 창바이산 표기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대응했다.
이들의 최초 해명만 들어보면 김수현에게도 동정이 간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부분임을 알 수 있다. 검색 사이트에 헝다빙촨이라는 제품명만 쳐도 병에 창바이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이미지가 수백개가 넘는다. 또한 판빙빙과 성룡 등 전임 모델들의 광고에는 '헝다빙촨'이라는 제품명보다 '창바이산 광천수'라는 타이틀이 더 전면에 내세워져 있다.
물론 눈코뜰새 없이 바쁜 스케줄과 업무 탓에 소속사 측이 이미지 검색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촬영 당시 들고 있는 병에 창바이산 광천수라는 부분이 표기되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모델로 나서는 제품이 가장 강조하는 요소도 몰랐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 하루라는 패러디를 양산할 정도로 온갖 제품의 CF를 촬영한 여배우는 계약 전 반드시 자신이 광고할 제품을 사용해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 보험회사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원로 배우도 직접 그 상품에 가입하고 보장을 체험해 본다고 했다. 이번에 키이스트가 밝힌 '상품명만 알고 있었고 취수원은 몰랐다'는 해명은 앞서 언급한 배우들만큼의 성의도 없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김수현 측은 이번 계약 해지 요청 번복에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데에 서로 이해를 했다"고 말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헝다빙촨'은 중국의 기업이 만든 생수 브랜드이니 그 제품에 백두산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키이스트와 헝다빙촨이 서로 만나 어떤 부분을 양해하고 이해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특히, 현재 불순한 목적을 지닌 표기가 아니기 때문에 모델로 활동하겠다는 논리는 국가에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이니 훗날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될지도 모를 대부업체 광고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제품명만 알고 계약했다는 키이스트의 어설픈 변명과 정치적 목적이 없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번복한 점은 당장 눈 앞의 이익과 장래에 감당해야 하는 손해를 잘못 비교해 생긴 오판이다. 논란의 발단에서 계약해지 요청으로 겨우 진정국면으로 들어섰던 이 사건은 국내 팬들의 사랑보다 헝다그룹의 다이아몬드를 사랑한 키이스트의 번복으로 다시 불이 붙게 됐다.
사진│동아닷컴DB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