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차기작은 몸 말고 머리 쓰는 캐릭터로”

입력 2014-07-1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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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김강우.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다음에는 무조건 앉아서 연기하는 캐릭터를 골라야 할 것 같다.”

KBS 2TV 드라마 ‘골든크로스’를 마친 연기자 김강우(36)는 힘들었던 촬영과정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강도윤 같은 캐릭터는 ‘골든크로스’가 마지막”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김강우는 ‘골든크로스’에서 대한민국 상위 0.001% 금융권 엘리트의 비밀 사조직인 골든크로스의 음모에 휘말려 죽은 아버지와 여동생의 복수를 하려는 강도윤과 테리영, 1인 2역을 열연했다.

항상 극을 치닫는 감정연기와 매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액션 장면, 정보석, 엄기준 등 베테랑 연기자들과 주고받는 팽팽한 긴장감 등이 더해지면서 김강우는 자신 안에 있는 120%의 에너지를 쥐어 짜내는 기분으로 작품을 마쳤다.

유독 고생스러운 캐릭터를, 그리고 시청률을 크게 기대하기 힘든 작품만 고른다는 말에 김강우는 “시청률을 노렸다면 멜로 장르를 했을 것이다. ‘골든크로스’는 시청률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경제 용어가 많아 대사도 어렵고, 중간부터 보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도 힘든 드라마였다. 하지만 연기 생활을 하면서 이런 드라마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보면서 웃고 즐기는 작품도 좋지만 시청자에게 주제 의식을 던지는 작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촬영 기간 여러 번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음에도 김강우는 “힘들었단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면서 유독 자신만 잠을 못 자고 마치 혹사당한 것처럼 비치는 게 싫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는 어떤 작품을 하든 힘들다. 영화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든, 스태프든 어쨌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즐기고 좋아하지 않으면 밤을 새고 촬영하면서 ‘한 번 더 찍자’는 말은 못한다. 각자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잠 한 숨을 못 자도, 링거를 꼽고 다녀도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래서 나는 스태프를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 일을 좋아하는 선수들. 그런 사람들이 뭉친 현장이 단순히 열악하게만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골든크로스’를 포함해 영화 ‘찌라시:위험한 소문’, ‘싸이코메들리’, 드라마 ‘남자이야기’ 등 유독 정의로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김강우는 “배우가 되기 전에 검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개인이 거대권력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들 때문에 유독 정의로운 캐릭터에 더 끌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는 ‘골든크로스’로 마침표를 찍고 싶다”며 웃었다.

김강우는 여행 마니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태국 여행 에세이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 여행’을 펴냈을 정도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행을 계획 중이다.

배우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인 그에게 여행의 목적을 물었다. 그는 “김강우로 돌아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나는 작품을 시작하면 아무 것도 안 한다. 술도 안 마시고 가족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지 않는다. 여러 가지에 신경을 쓰면 연기에 집중을 못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하는 동안은 모든 게 ‘부재상태’다. 아빠도, 남편도 모두 ‘부재 중’이 된다. 여행은 다시 아빠, 남편으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 중 하나다.”

그러면서 여행이 주는 또 한 가지의 매력을 덧붙였다.

“여행을 하다보면 세상 살아가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그 곳에 가면 나는 이방인이지만 결국 그들과 별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 그러면서 ‘내가 배우라고 특별한 인생을 사는 게 아니구나’ 생각을 한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한국에 있으면 느끼기 힘든 이 교훈을 여행에서 얻는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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