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막장] 2AM 조권·엠블랙 지오, 아이돌 가수의 성공적 뮤지컬 입성기

입력 2014-07-16 0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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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공연계에서 아이돌 가수들의 존재는 ‘민폐’에 가까웠다. 부족한 실력에도 ‘아이돌 가수’라는 이유로 주연을 꿰차고, 빡빡한 스케줄로 연습에도 자주 빠졌다. 심지어 그룹 활동으로 인해 공연이 취소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아이돌 가수는 버릇 없는 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깨뜨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늘 주목은 아이돌 가수들이 받는다. 뮤지컬 프레스콜(언론매체에 공개되는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도 그들에게 질문이 집중된다. 함께 출연한 뮤지컬배우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아이돌 ○○○과(와)의 호흡은 어떠하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다. 그들로서는 아이돌 가수들과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아이돌 가수’라는 이름표를 떼고 뮤지컬에 녹아 든 ‘떡잎’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눈살이 찌푸려지는 아이돌들이 있지만, 아이돌 가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깨뜨리는 개념 꽉 찬 스타들이 있다. 이들은 작품에 더 신경을 쓰고,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프로다운 모습까지 엿보인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아이돌 가수는 엠블랙 지오와 2AM의 조권이다. 올해 지오는 뮤지컬 ‘서편제’와 가무극 ‘바람의 나라’에 출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조권은 최근 개막한 뮤지컬 ‘프리실라’에서 성소수자 ‘아담’ 역을 맡아 호평을 받고 있다.


● 왜 이제서야 나왔을까? 감춰진 진주 ‘지오’

상반기 뮤지컬계에서 돋보인 아이돌 가수는 단연 엠블랙 지오다. 뮤지컬 ‘서편제’에서 아버지 ‘유봉’과 갈등을 맺는 아들 ‘동호’ 역을 맡았고, 곧바로 서울예술단 가무극 ‘바람의 나라 무휼’에서 ‘호동왕자’를 연기해 박수를 받았다. 상반기 뮤지컬계가 발굴한 수확이다.

지오의 연기력은 예상 외였다.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는 평이 대다수다. 땅 속 깊이 감춰진 보화를 찾은 셈이다. ‘서편제’로 국내 뮤지컬에 첫 데뷔한 지오는 검증된 가창력을 바탕으로 모던한 ‘동호’를 연기하며 아이돌 그룹 멤버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특히 그는 ‘서편제’로 제8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신인상을 수상하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바람의 나라 무휼’에서는 한층 발전된 연기를 선보였다. 유약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어린 호동 역을 위해 그는 8살 아이 같은 목소리와 앙증맞은 연기를 하며 숨겨진 매력을 발산했다.

지오에게 인정 받는 이유는 다른 아이돌과는 다른 출발지점이다. 그가 출연한 ‘서편제’와 ‘바람의 나라’는 기존 배우들에게 어려운 작품이다. 게다가 서울예술단의 작품은 수준 높은 서울 예술단원들이 대부분의 배역을 소화한다. 외부 배우는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감히 껴들지도 못 한다. 그럼에도 지오는 아이돌 가수로는 최초로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가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타라는 인지도가 아닌 온전히 그의 실력으로 모든 것을 증명한 것이다.


● 브라운관을 넘어 무대에서도 빛난 ‘깝권’의 활약

상반기를 지오가 장식했다면 하반기는 조권의 무대가 될 것이다. 지난해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헤롯’ 역으로 귀여운 오두방정을 떤 조권은 최근 개막한 ‘프리실라’에서 드래그퀸(Drag Queen : 여장 남자)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사실 조권이 ‘프리실라’에서 ‘아담’ 역을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영리한 아이돌이라고 생각했다. 브라운관에서 속된 말로 ‘깝’쳤던 조권은 대중들 사이에서는 미워할 수 없는 개구쟁이로 통한다.

조권은 뮤지컬에서도 그 이미지를 십분 활용했다. 하고 싶은 역할이 아닌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지혜롭게 선택한 것. 또한 ‘여장남자’라는 파격적인 소재에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다소 금기시되는 소재라 자칫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지만 조권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프리실라’에서 조권의 의상은 22벌. 코르셋 의상과 각선미가 드러나는 총천연색의 옷이 즐비하다. 코르셋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는 흠칫 놀랄 수 있다. 하지만 근육질 몸매에 걸친 파격적이지만 재미있는 의상, 요염한 제스처와 목소리 그리고 그만의 ‘깝’치는 연기는 작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깨버리기에 충분하다. 그가 자신의 SNS로 “그냥 게이쇼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가족, 우정, 사랑, 부성애 등을 그린 진정성 있는 작품이다. 보고 판단을 하라”고 말한 것이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지오, 조권 외에도 공연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아이돌 가수가 늘고 있다.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온갖 비난을 받은 아이돌 가수들과 소속사가 정신을 차리고,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조금씩 받고 있는 칭찬에 어깨가 올라가는 것은 시기상조다. 이제야 뮤지컬 무대에 선 아이돌 가수들은 진보와 퇴보라는 갈림길에 섰을 뿐이다. 어느 길을 가느냐는 이들에게 달렸다. 부디 무대의 소중함과 쾌감을 즐길 줄 아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뮤지컬 막장]은 뮤지컬은 ‘막’과 ‘장면’으로 이뤄진 작품이라 생각하며 만든 코너 이름으로, 다양한 뮤지컬 콘텐츠와 공연 소식을 전달하겠습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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