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홍콩 침사추이에서 열린 ‘2016 홍콩 사이클로톤’의 메인 경주인 ‘인터내셔널 크리테리움’에 참가한 선수들이 스타트 신호와 함께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맨위사진). ‘2016 홍콩 사이클로톤’은 번화가 침사추이의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가족과 함께 4발 자전거를 함께 타며 즐거워하고 있다(가운데 사진). ‘인터내셔널 크리테리움’에서 입상한 팀들이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맨 아래사진).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50km 레이스·크리테리움 등 9개 경주
개최 2년만에 침사추이 대표 이벤트로
마카오-주하이 연계한 국제행사 목표
일요일인 25일 오전 5시. 평소라면 주말의 북적거림을 뒤로 하고 고요한 새벽 정적만 감돌 홍콩 침사추이 거리가 활기찬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화려한 원색 경주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오전 5시30분. 출발신호에 맞춰 일제히 여명을 가르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2016 홍콩 사이클로톤(2016 HONG KONG CYCLOTHON 이하 홍콩 사이클로톤)의 첫 경주 50km레이스가 시작한 것이다. 살리스버리가에서 출발한 선수들은 침사추이 해변도로를 거쳐 청칭터널, 틴카우 브릿지, 남완터널, 스톤커터스 브릿지 등 홍콩의 다양한 모습을 접할 수 있는 코스를 질주했다.
현지 자전거 동호인부터 홍콩도심과 해안도로를 달릴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찾아온 해외 열혈마니아까지 새벽에 시작한 경주인데도 2000여명이나 참가했다. ‘홍콩 사이클로톤’은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홍콩이 야심차게 육성하는 빅 이벤트다. 홍콩은 면적이 서울의 1.8배에 불과하지만 아시아 2위(1위는 중국)의 방문객 수와 매출이 증명하듯 관광산업에서는 몇 배 큰 국가들이 부럽지 않은 강국이다.
특히 국토가 작아 천연관광자원에 한계가 있는 것을 다양한 아이디어의 메가 이벤트로 극복하고 있다. 미식투어와 와인유통이 발달한 특성을 활용해 아시아 최대의 와인·푸드축제로 성장시킨 ‘홍콩 와인&다인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예. ‘홍콩 사이클로톤’은 관광 강소국 홍콩이 주목한 새로운 시장, 스포츠레저를 테마로 한 이벤트다.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가에서 자전거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레저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대회도 새로 생기고 있다. 홍콩 역시 자전거 동호인이 늘어 시내 곳곳에 자전거카페를 비롯해 자전거 관련업소가 성업 중이다. 지난해 시작해 겨우 2회 째인 ‘젊은’ 행사이다 보니 아직 대회준비나 운영,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부족한 점도 눈에 띠었다. 하지만 ‘사이클로톤’을 주관하는 홍콩관광청(HKTB)의 시선은 지금보다 미래를 보고 있다. 쇼핑, 미식, 시티투어에 이어 향후 홍콩을 방문하는 새로운 목적이 되는 국제이벤트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현재 공사 중인 홍콩-마카오-주하이 다리가 완공되면 이들 지역까지 포함시켜 행사를 발전시키겠다는 원대한 청사진까지 갖고 있다.
일부 보완사항이 있지만 일단 50km 레이스 2000여명, 30km 레이스 1500여명 등 올해 9개 경주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5000여명이나 되는 점은 눈길을 끈다. 메인경주 역할인 인터내셔널 크리테리움(International Criterium, 교통이 통제된 일반 도로의 순환코스에서 하는 자전거 경기)도 이탈리아의 람프레-메리다, 호주의 오리카-바이크 익스체인지 등 25개 해외 팀과 10개 홍콩 팀의 선수 200여명이 출전해 국제경주로서의 격을 갖췄다. 무엇보다 국제대회 입상경력이 화려한 일류 레이서들이 홍콩 도심에서 페달을 밟으며 질주하는 광경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좋은 관광 콘텐츠였다. ‘총성 없는 전장’인 관광산업의 경쟁에서 아시아 선두주자 중 하나인 홍콩이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위한 메가 이벤트를 기획 추진하는 모습은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컸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