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잘 나간’ 중화권 드라마, 한국에선 왜 부진할까

입력 2016-11-02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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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보경심’.출처= SBS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지난 1일 종영했다. 자체최고 시청률인 11.3%로 막을 내렸지만, 배우들의 명성과 제작비에 비하면 여간 아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앞서도 ‘너를 사랑한 시간(원작 아가능불회애니)’와 ‘마녀의 연애(원작 패견여왕)’ 등 다수의 중화권 드라마가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됐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내로라하는 이름의 스타들을 기용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주연급 배우들을 일약 톱스타로 만들어놓았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중국 언론들도 한국에서의 리메이크에 큰 관심을 보였기에 계속된 부진은 안타깝기만하다.

그렇다면 ‘잘 나간’ 중화권 드라마가 한국에만 들어오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보경심’ 아이유.


▲ “원작 효과에 보장된 인기? 기대감만 높여”


중국 드라마를 리메이크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터운 팬층으로 인한 ‘보장된 인기’가 아닐까. ‘보보경심’과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의 경우, 탄탄한 스토리로 국내 팬들도 상당수 보유한 드라마다. 이로 인해 제작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작을 흥미롭게 본 해외 팬들에게 역수출을 노려볼 만도 하다.

하지만 원작에 대한 높은 기대감은 실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우선 ‘보보경심’은 제작 단계부터 리메이크 작품에 항상 따라붙는 ‘캐스팅 논란’에 몸살을 앓았다. 드라마의 장르가 현대극이 아닌 사극인 만큼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과 아이돌 출신이 기용된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배우들의 어색한 사극톤과 아쉬운 눈빛 연기가 극 초반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사극과 동떨어진 느낌을 자아내며 몰입을 방해한 것이다.

또 리메이크작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작과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보보경심 원작처럼 극을 이끄는 힘이 부족하다”, “캐릭터를 표현하는 매력이 떨어진다”, “너사시 원작의 흥미로운 내용은 어디 간 거냐” 등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이처럼 리메이크작에 기대했던 ‘원작 버프’는 없었다. 한껏 기대감만 높인 셈이다.

‘너사시’. 사진= SBS


▲ “배우 탓? 제작진 문제가 가장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연출과 스토리에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이야기다.

‘보보경심’은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을 연출한 김규태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최소 중박’이라는 평을 얻었다. 방영 전 공개된 티저는 ‘혹시 영화 아니냐’면서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뿌연 안개가 서린 듯한 감독 특유의 연출 화면이 사극과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똑같은 장면이 장시간 지속되며,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부담스러운 연출이 거부감을 자아냈다.

‘너사시’의 경우에는 리메이크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캐스팅 논란 없이 초반까지 호평을 얻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원작과는 다소 다른 설정이 있었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중반부터 특색과 매력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팬들의 혼란을 야기시켰다.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 같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미묘한 감정 등이 설명되지 않은 채 “우리는 친구야”라고 말하는 모습은 공감을 잃어버리기 충분했다.

또한 서브 남주의 등장에 극의 중심이 무너졌고, 제 길을 찾지 못하게 됐다.

결국 ‘드라마 흥행 불패’ 하지원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흑역사를 남겼고, 원작 팬과 새로운 팬들 모두에게 혹평을 얻으며 쓸쓸하게 종영을 맞았다.

‘운널사’가 한국식으로 유쾌하게 풀어낸 베드신(일명 떡방아신).


▲ “드라마 리메이크?
‘운널사’처럼~”

그럼에도 ‘중박’을 터뜨린 드라마가 있다. 바로 지난 2014년 방송된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다.

‘운널사’는 재벌남과 평범녀, 하룻밤 우연에 의한 인연, 사각관계 등 다소 진부한 스토리와 원작에 비해 높은 배우의 연령(?)으로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드라마 시작 후 이러한 논란은 싹 사라졌다. 공감가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 코믹 요소 등이 제대로 버무려졌다는 평을 얻으며 역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당시 장나라는 이 드라마로 ‘제2의 전성기’라는 평을 얻었고, 장혁은 원작 캐릭터와는 다른 해석으로 역할을 소화해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실제로 리메이크 드라마는 ‘양날의 검’이라는 말이 많다. 어느 정도의 성공 요인이 충분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혹평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화권 드라마가 국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널사’처럼 원작에만 기대지 않고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드는 현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동아닷컴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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