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왓슨-조시 게드. 사진|ⓒGetty Image/이매진스
6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에서 생중계된 영화 ‘미녀와 야수’ 라이브 컨퍼런스. 이날 행사는 1부 컨퍼런스와 V앱 그리고 2부 컨퍼런스로 구성됐다. 1부에는 엠마 왓슨과 댄 스티븐스가 참석하고 V앱에는 엠마 왓슨과 루크 에반스, 조시 게드가 함께하며 2부에는 루크 에반스, 조시 게드 그리고 빌 콘돈 감독이 참석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복잡한 구성은 엠마 왓슨의 스케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을 20분씩 세 행사로 타이트하게 쪼갠 탓에 시작 전부터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관계자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1부 행사부터 무려 21분이 지연되면서 이후 행사까지 줄줄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폭망’이 예상된 행사를 만회한 것은 배우들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녀와 야수’ 출연진은 질의응답에 성심성의껏 임했고 재치 넘치는 입담을 과시했다. V앱에서는 에릭남이 센스를 발휘해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처하기도 했다.
1부 행사에서 엠마 왓슨은 “이번에 한국에 못 가서 아쉽다. 우리만큼 관객들도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첫 인사를 전했다. 그는 캐스팅 당시를 회상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신났다. 흥분되더라. 첫 뮤지컬 영화고 노래도 불러야 해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내가 뮤지컬 영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괜찮다. 네가 해도 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신나더라”고 털어놨다.
엠마 왓슨이 연기한 벨은 원작 속 캐릭터보다 한층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다. ‘모아나’ 등 최근 디즈니가 그리는 여성 캐릭터의 변화에 앞장서는 캐릭터다. 엠마 왓슨은 이와 관련해 “긍정적인 변화고 기대가 크다. 여성이 동등한 사회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와 같은 아티스트와 작품들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1991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극영화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모두 휩쓸며 완성도와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에 실사화된 ‘미녀와 야수’는 저주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가 ‘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원작과 동일한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레피센트’ ‘정글북’ 등 라이브 액션의 새로운 장을 펼치며 호평 받은 디즈니가 2017년 선보이는 첫 라이브 액션이다.
엠마 왓슨은 실사 영화와의 차이에 대해 “오리지널도 충분히 멋지고 훌륭하다. 이를 어떻게 하면 실사로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애니메이션보다는 캐릭터가 살아서 숨 쉬는 듯한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야수 역할로 호흡을 맞춘 댄 스티븐스는 “원작 속 야수도 충실하게 살리면서 만화적인 면도 드러내는 동시에 위트 있고 인간적인 면을 넣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두 사람은 무도회장 장면에 대해 “원작의 춤을 그대로 췄지만 단순히 복사한 것은 아니다. 굉장히 로맨틱하다.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작과는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V앱이 진행됐다. V앱에는 에릭남과 ‘르푸’ 역의 조시 게드가 합류하면서 한층 유쾌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루크 에반스 또한 망가지는 것을 불사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에릭남은 생방송 도중 자막이 나오지 않는 사고가 일어나자 진행과 통역을 실시간으로 맡으면서 뛰어난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했다.
먼저 배우들은 스틸을 보면서 ‘미녀와 야수’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엠마는 벨의 상징인 노란 드레스 스틸에 대해 “아름답도 로맨틱한 순간이다. 멋진 장면을 연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도 “실제로는 댄이 야수를 표현하기 위해 기둥을 밟고 있었다. 키가 너무 커서 춤추기 힘들었다. 기둥에 밟혀 발가락이 부러질까봐 걱정했다”고 고백했다.
루크 에반스는 벨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장면을 담은 스틸에 “개스톤은 어리석고 비호감인 악당이다.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 몰입하기 쉽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엠마 왓슨은 “루크와 개스톤은 싱크로율이 높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조시 게드는 승마 장면 스틸을 보면서 “말이 나를 너무 싫어하더라. 사이가 안 좋았다. 나를 떨어뜨리려고 마구 흔들기에 짜증났다. 말의 이름이 버디(친구)인데 나와는 버디가 아니었다”고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동서양을 뛰어넘는 말장난이 일품이었다.
실제로도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는 조시 게드였다고. 엠마 왓슨은 “조시 게드는 기쁨과 즐거움의 덩어리다. 해피 바이러스”라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우리도 즐겁게 촬영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캐릭터 싱크로율 1위는 엠마 왓슨이 꼽혔다. 조시 게드는 “엠마 왓슨은 ‘미녀와 야수’ 속 벨의 위대한 측면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될 것 같다. 내 딸들도 엠마 왓슨처럼, 벨처럼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벨은 똑똑하다. 독립성도 강하고 진취적인 여성이다. 지성도 갖췄고 타인을 돕는 심성의 인물이다. 야수든 누구든 절대 주눅 들지 않는 멋진 여성”이라면서 “엠마 왓슨도 벨처럼 겁이 없다.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롤모델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2부 컨퍼런스에서는 통역 과정에서 오역 해프닝이 벌어졌다. 앞서 미국 일부 극장에서는 르푸 역할이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라는 이유로 상영 취소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빌 콘돈 감독과 루시 게드를 상대로 질문이 나왔지만 통역 담당자가 이를 “브로맨스”라고 표현해 지적받았다.
다시 통역을 들은 빌 콘돈 감독은 “이 문제는 개봉 2주 후에 다시 이야기 하고 싶다”면서 “특정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표면적인 것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녀와 야수’는 포용과 수용의 영화다. 사람들을 이 영화에 끌어들이고 포용시키고 싶었다. 내면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즈니의 포용력에 믿음을 가지고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시 게드도 “지금 말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이야기하는 게 어떨까 싶다”며 “디즈니 영화의 역사를 볼 때 모두 포용성 있는 작품들이었다. 의미 있는 주제를 가진 영화들”이라며 “‘미녀와 야수’도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빌 콘돈 감독은 “‘미녀와 야수’는 1730년에 만들어진 동화다. 이후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등으로 여러 차례 재해석됐다. 책을 표지로만 판단하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 이 부분은 현재도 통용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라이브 액션으로 다시 만나는 영화 ‘미녀와 야수’는 2017년 3월 16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